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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Sep 19. 2021

빠이(Pai)에서 보낸 나의 29번째 생일

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빠이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넘어가는 날, 생일이라고 동행친구가 생각지도 못하게 준비해준 미역국에 감동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미얀마 국경 근처에 위치한 태국 치앙마이 북부의 작은 마을, 히피들의 성지라고도 불리며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그리고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그런 곳으로 알려져 있다.

762개의 고개를 넘어야만 도착한다는 빠이

가기 전에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동행 언니가 추천해준 태국 멀미약을 챙겨 먹으니, 누가 깨워도 못 일어날 정도로 숙면을 취하면서 갈 수 있었다.

잠깐 쉬어가는 휴게소에서는 벽을 붙잡고 속을 게워내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태국 멀미약 손에 쥐어주고 싶었지만, 몇 개 없는 나의 비상약이므로.. 미안하다 친구들아)


다행히 나는 악명 높은 그 빠이의 커브길에서 숙면을 취하며 무사히 속을 게워내는 일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빠이의 낮은 정말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치앙마이보다 더 느리고, 더 릴랙스 한 곳이었다. 태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듯이,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길거리의 개들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Hello Pai!



빠이에서는 카렌족들이 사는 곳이 있다.


카렌족, 롱넥족 (Long-neck)이라고 불리는데 아마도 티브이에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거다. 목에 금색의 고리를 착용하는 풍습이 특징이다. 사실 목에 있는 고리들 때문에 목이 길어진다고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포함) 고리의 무게로 인해서 쇄골이 눌려서 내려앉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신 분 들일수록 더 많은 개수의 고리를 착용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방문하기 전에는 고산족들이 자유롭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입장료 겸 도네이션을 하고 들어갔는데 카렌족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온 것을 알고 집에서 나오셔서 물레를 돌리시기 시작하셨다. 사진기를 바라보고 사진 포즈를 지어주셨다.

내가 tv에서 봤고,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이 변했다기보다는, 사실 그분들이 보여줬던 tv의 모습이 다 연출된 게 아닌가 싶었다.

누가 하루 종일 물레를 돌리고 베를 짤까? 똑같은 사람인데 낮잠도 자고, 쉴 때도 있는 거겠지 싶었다.




빠이는 참 빠이스럽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빠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곳들 다 참 조용하고 또 소박했다.

유채꽃 그득한 꽃밭에 나무로 잘 짜깁기해서 만든 다리.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저 어디에 숨어서 지저귀는 새들과 꽤 잘 어울렸다.

빠이에 온 관광객들 마저도 참 빠이스럽다.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고, 다리 위에 앉아 있는 나비를 귀엽다는 듯 쳐다본다.


해 질 녘 도착한 그곳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벌레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간질였다.



시끌벅적 떠들 법 한 폭포에서도 그들은 햇볕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조용히 자연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내려오는지는 모르는 폭포에서 흐르는 물소리, 풀 숲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 그리고 바람이 흔드는 나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의 29번째 생일에 나는 가장 조용하고 소박한 곳에서 빠이스럽게 보냈다.


모팽 폭포에서 즐긴 한 나절, 참 빠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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