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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Oct 21. 2021

여행으로 더 진해진 우리

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방콕 (1)


후아힌에서의 이틀을 보내고 방콕으로 넘어왔다. 방콕에서는 호스텔에 머물렀는데, 호스텔에도 더블베드가 있는 건 처음 알았다. 각 베드마다 커튼으로 에워싸인 더블베드 4개가 들어있던 방이 우리가 배정받은 방이었다. 호스텔에도 커플을 위한 또는 2명을 위한 방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신기했다.


-야 네 덕분에 호스텔에서 호화스러움도 누려본다야


내 기준 호화스러운 호스텔 더블베드. 역시 비싸면 이유가 있구나?


짐을 풀고 나와서 식당을 찾다가 더위에 지쳐서 길거리에 선풍기 한대도 돌아가지 않는 무카타 집에 앉아서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무카타를 먹고, 야시장도 구경했다.


로컬 버스도 친구 덕에 처음 타 보는데, 버스에 타면 아주머니가 이상한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표를 찍찍 끊어주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타고 그다음 야시장을 구경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사지샵에서 호화스럽게 3시간 마사지도 받았다. (이럴 때 호사 누려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우리는 카오산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동전 박물관(?)에 가서 땀도 식히고, 친구가 뷰포인트라고 데려간 곳에는 일몰이 오기 전부터 이미 만석이었다. (네이버의 힘!)

스리슬쩍 구경만 하고, 그랩 오토바이를 둘이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교통체증 심한 방콕에선 그랩 오토바이만 한 게 없다. 오토바이 택시에 신난 저 뒷모습


숙소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려고 가는데 골목에 작은 포장마차가 보였다.

포장마차에 가니 로컬 사람들로 가득하다. 꼬치를 반찬 삼아 저녁을 먹는 사람들, 맥주에 꼬치 한잔 하는 사람들.

우리도 슬쩍 보니 엄청난 종류의 꼬치들이 하나에 겨우 10밧이다.

꼬치를 골라서 테이블로 가면 각종 소스와 신선한 야채가 가득 담긴 통이 있다. 다 공짜다.


-혹시, 술 가지고 와서 먹어도 돼?

-당연하지


바로 마트로 달려가서 홍통을 사 왔다. (홍통은 내가 좋아하는 저렴한 태국 위스키다)

꼬치를 골라서 한국인답게 야채에 쌈을 가득 싸서 입안 가득 욱여넣고, 홍통을 한 잔 하니 하루 종일 방콕 시내를 누비고 다녔던 피로가 다 풀린다.


이곳은 그렇게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고, H가 가는 날까지 우리는 이곳에서 홍통을 마셨다.


소스만 8가지, 야채는 무한리필이요, 땡초는 많이 먹으면 책임 못 집니다.
꼬치의 가격은 10바트 부터, 누가봐도 비싸 보이겠다 한 저 생선은 겨우 20바트! 여기 천국인가?



친구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다. 우리는 참 서로를 잘 모르고 있었다.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고, 꿈이 뭐고, 이런 사소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이야기들은 모르고 지냈다.


우리는 밤을 새우고 버스를 기다리는 방콕 공항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 수영장에 앉아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식을 먹으며 친구의 고민에 대해서 조언을 했고, 모래 위에 누워서 나의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 나의 상황들을 이야기했다.

왓아룬이 보이는 루프탑에 앉아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내년에 뭐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포장마차에서 홍통 한 잔 기울이며,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20대의 마지막 12월에 서로에 대해서 알아갔고, 더 찐한 친구가 되었다.


물들어가는 방콕의 일몰처럼 점점 진해져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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