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tori Nov 10. 2021

망할 놈의 베드 버그

동남아 배낭여행 - 캄보디아, 시아눅빌


다들 전날 밤 파티를 즐겼는지, 밤새 시끌벅적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에 눈을 떴다. 에어컨 없는 방이라서 그런지 다들 이불은 뻥뻥 걷어차고 곤히 자고들 있다. (이 숙소는 가림막이 없었다)

기지개를 피고 이불을 보는데, 빨간 벌레가 기어 다닌다. 뭐지? 싶었지만, 체크아웃을 위해서 짐을 챙겨서 나왔다. 모기 같은 게 물렸는지, 다리가 간지러워 긁어댔다.

선착장으로 나와 페리를 기다렸다. 파도가 은근히 높아서, 페리가 제시간에 출발을 못한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두려운 나는 저 파도를 보니 겁이 덜컥 난다.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작은 페리에 올라탔다. 창문을 세차게 내리치는 파도에 앞 좌석을 꽉 잡고, 구명조끼가 있는지 확인도 하면서 제대로 엉덩이도 붙이지 못하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잔잔해 보이지만 절대 잔잔하지 않던 바다



다행히 시아눅빌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다음 목적지는 태국 코창이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여행사에 물어보니, 코창으로 떠나는 버스는 하루에 1대밖에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공사판이 가득한 이 시아눅빌에서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가려운지 다리를 벅벅 긁으며, 숙소를 찾아 헤매었다. 다행히 근처에 괜찮은 숙소가 있어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저렴한 금액에 수영장도 딸려있다.


인정 넘치는 호스텔들 보면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우선 밀려있는 빨래를 다 해 놓고 수영장으로 나가려는데, 몸이 계속 가렵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혹시 몰라서 모든 짐들은 숙소 밖 햇볕 아래에 다 내놨다.

아마도 아침에 본 빨간 벌레가 베드 버그였나 보다.

코창 섬 숙소가 정말 너무 더럽긴 했다. 파티가 난무하는 섬이다 보니 술과 담배, 그리고 기본적으로 신발을 다 신고 다니는 여행자들의 특성상 바닥도 모래나 흙으로 가득 이었다.

내가 베드 버그에 당하다니..

지옥 같았던 시간.. 간지러움과의 사투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베드 버그의 특징은 혈관을 따라 물다 보니 가지런하게 상처가 나는 게 큰 특징이다.

다리를 보니 몇 군데가 쪼르르 빨갛게 부어올라있다.

베드 버그는 진짜 지독했다. 긁어도 긁어도 간지러움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여행자들이라면 거쳐간다는 베드 버그.. 나도 당했다 망할 놈의 베드 버그!


매거진의 이전글 휴대폰에게 휴가를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