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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이 계획이지

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꼬따오 (2)

by Dotori

아침이 되어 도착한 꼬타오

항구 근처의 호스텔에서 묵고 있다는 P를 따라서 나도 같은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P는 다이빙 클래스를 듣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하며 나에게 잘 오고 있느냐고 연락을 했다. 그러고는 내가 체크인 시간보다는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이 안될 테니 자기 베드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베드가 비어있는지 다정한 호스텔 스텝은 아침 일찍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2층 베드를 내주었다.


27시간이 묵은 때를 씻어내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비가 주룩주룩 온다.

정말 웰컴투 꼬타오 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베드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다 사람들 기척이 들려 커튼을 열고 보니 P가 돌아왔다.


-안녕

-안녕


2주 전에 보고 처음 보는 거라 괜히 어색하다. 아마도 마지막에 나누었던 대화 때문일까

점심을 먹겠냐고 물어보는 그를 따라서 채식 식당으로 함께 따라갔다.


여행을 하면서 베지터리언 음식을 먹기 시작한 P는 1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태국 길거리 식당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국수나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 베지터리언 음식은 꽤나 값이 나간다. (배낭여행자 기준)


사실 나는 동남아 여행 중에 음식이 안 맞은 적이 없다. 팟타이, 쌀국수, 까오삐약 등등 자극적인 음식도 면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동남아는 최고다.

그래서 굳이 값이 더 나가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메뉴 이름을 골랐더니 오이와 두부 당근 그린 빈이 들어간 비빔밥이 나왔다.

함께 내어준 소스를 부어서 비벼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다. 기름에 볶은 국수들을 먹다가 신선한 음식을 먹으니 괜히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3472392978172438560_20250131173225563.JPG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맛?

식사를 마치고 함께 선셋을 보러 Bar에 갔다.

High-Bar는 이름만큼이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올라야만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스쿠터 전문가인 P를 따라서 아슬아슬 운전해서 올라갔다. 가파른 언덕이라서 꼭 뒤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 P의 등을 꼭 잡고 눈을 찔끔 감았다.

3472392978171749921_20250131173225562.JPG 정글 속에 사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초록 빛깔의 나무들로 뒤엉킨 계단을 올라가면 코타오의 바다가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 P의 친구를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3472392978171464225_20250131173225559.JPG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일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선셋 타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듬성듬성 있던 bar는 어느 순간 선셋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들로 가득 차서 합석은 필수다.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눈을 뜰 수도 없이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쳐다본다.


아름답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길고 길었던 27시간의 여정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고 왔구나 싶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온 꼬타오지만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날을 보냈다. 역시 무계획이 계획인 거지 히히


3472392978171084321_20250131173234203.JPG 눈 좀 떠질 때쯤 바라본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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