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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2018, Hello 2019!

동남아 배낭여행 - 랑카위, 말레이시아 (2)

by Dotori Mar 03. 2025

12월 말의 동남아시아는 더 무더운 것 같다. 숙소에서 한 걸음 내딛자마자 더운 공기가 훅 하고 덮친다. 숨을 크게 내쉬는데 입김이 아닌 입에서 나온 더운 입김으로 코에 땀방울이 더 맺힌다.

그래도 여름 인간인 나는 추운 겨울보다는 땀을 쏟아내는 여름이 좋다.


뜨거운 햇살이 작렬하는 동남아시아, 그래도 난 좋다



도착한 다음날의 말레이시아는 공휴일인지, 식당에 갔는데 주문이 안 되는 메뉴도 많았고,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서 뷔페 형식의 음식을 먹고 있다.


아침이니 간단하게 치즈 로티에 마일로 한 잔을 시킨다. 로티는 남아시아에서 특히 유명한 음식으로,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다인종 국가답게 근처 호커센터 아무 데나 가도 쉽게 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로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로티를 시키면 무심하게 한 국자 담은 커리를 주는데, 저 때의 나는 진짜 인도 커리는 적응을 하지 못한지라 한 번도 찍어 먹어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예전에 한 번 찍어 먹어보았는데, 내 입맛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뒤로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반면에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인도 음식을 맛보게 된 P는 눈이 돌아간다.

갖가지 향신료와 간이 강한 재료들로 가득한 인도 음식의 매력에 푹 빠져서, 함께 말레이시아로 넘어오기 전부터 자기가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서 먹은 인도 음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10번은 넘게 이야기했었다.


인도는 채식주의자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데, 종교적이나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다양하고 맛있는 채식 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채식주의를 지향했던 그에게 인도 식당에서의 첫 한 입은 천국이었을 것이다.

눈을 감고 바로 이 맛이지 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웃기다.


말레이시아와 이웃도시 싱가포르는 다인종 국가로 차이니즈, 말레이시안, 인디언, 인도네시아 등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나라이다.

그로 인해 다른 나라를 가지 않아도 거리에서 쉽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과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입도 눈도 즐겁다.


그렇게 맛있는 아침을 즐기고, 거리를 걷다 숙소를 옮겼다.

로띠는 다 맛있지만, 간식으로 달달한 허니로띠는 정말 참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12월 31일, 2018년의 마지막 날이다.


바닷가에서 카운트 다운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데, P가 자기 따라서 고기를 덜 먹으며 지내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한식당에 가자고 한다.

본인도 한식을 한 번 먹어보고 싶고, 나를 위해서 함께 고기 메뉴도 즐겨주겠다고 했다. (그는 여행하면서 채식주의 음식을 지향한 것이지,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절대 아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우리의 한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너에게 보여주겠다 하고 한식당을 찾아갔다. 처음 한식을 맛보는 외국인에게는 딱 적당한 메뉴들인 불고기와, 매운 닭불고기(이건 내가 먹고 싶었던 거 일수도 있다)를 주문하고 달큼한 막걸리도 한 병 주문했다.


쌈장과 김치, 쌈이 나오니 내 눈이 돌아간다. 쌈을 싸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데, P는 쌈에 기본 반찬으로 나온 오이 스틱과 당근 스틱도 함께 넣고 싸서 먹는다.

그래 쌈이 무조건 고기와 밥만 넣는 건 아니잖아, 새로운 쌈의 해석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맛있는 한식을 먹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불쇼 한쪽에서는 장난감을 날리는 행인들이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다 시작이 되었다.


“ 8, 7, 6, 5, 4, 3, 2, 1! HAPPY NEW YEAR!”


그렇게 2019년이 왔다.

너무나 벅차고 행복했던 카운트 다운이었다. 작년의 나는 자카르타에서 카운트 다운을 즐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배낭여행을 하며 말레이시아의 바닷가에서 카운트 다운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참 의미 있는 해가 지나갔다.

나의 Comfort Zone에서 나와서, 내 몸 만한 배낭을 메고 흥분되지만 두려움도 가득했던 첫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달로 예상하고 떠났던 여행은 벌써 3개월을 맞이하고 있었고, 또 나의 여정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계획에서 멀어지면 불안하던 나는 유연한 삶을 지향하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었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남자는 저 먼 독일에서 이 멀리까지 와 있다. 이 남자도 2018년의 마지막을 한국 여자애와 보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나도 그도 이 손을 잡기까지 많은 생각이 있었으리라.


수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이 있던 나는 결국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최고의 결정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나는 주저하지 않고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한 용기를 내어준 나 자신에게 너무 감사하다.


Bye 2018, Hello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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