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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Jun 11. 2019

서른 세살의 취준생

#취업, 가능한가요?

한국으로 돌아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구직사이트를 기웃기웃 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이렇게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쉬며 취업을 준비한다 들었지만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내가 살아왔던 것처럼 생계를 위해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취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까맣지 않던 시절의 사진을 입힌 이력서와 자소서를 이곳 저곳에 내기 시작했다. 

경력에는 ‘세계여행’ 이라는 이력을 한 줄 써 넣었다. 


‘꿈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싶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엔 연봉을 먼저 보고 회사를 골랐다면 지금은 연봉보다 회사 소개를 꼼꼼히 읽고 이력서를 냈다. 돈만 보고 다시 꾸역꾸역 일을 하러 다니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일까? 재미있는 일을 하고싶었다.


<< 1988년생까지 지원가능, 대졸이상, 경력자구함 >>


2년동안 스스로에게만 빛이 났던 공백을 지켜냈던 무능력한 서른 세살의 삶이 초라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내 이력서를 열람해본 회사 중 내게 연락이 오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인정을 하면서도 인정하지 못했다. 아마 그 긴 공백에 대한 의문과 공백으로부터 오는 경력단절 때문에 내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여행을 다니면서 지녔던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우울증이라는 놈이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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