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쩌지…’
새벽 한시, 결국 도착한 그 곳은 구불구불한 글씨들이 그득한 방콕이다. 여행을 준비하는동안 방콕에서 여행자의 거리인 카오산로드까지 가는 방법을 수도 없이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새까맣다.
배낭을 매고 공항 문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는지 모르겠다. 택시를 혼자 탈 용기가 나지 않아 결국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이리 저리 기웃거리다 지하 3층 에스컬레이터 밑 다락방 같은 곳에 침낭을 덮고 기대 앉았다. 이마저도 인터넷검색에서 스쳐지나가듯이 본 ‘공항노숙’ 이라는 것이었다.
‘이런게 여행이겠지-‘ 라며 생애 처음으로, 집이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이내 잠이 들었고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시끌시끌한 소리에 깨어 무작정 배낭을 매고 공항을 나섰다.
방콕에서는 내내 나는 나보다 능숙해보이는 배낭여행자들을 따라하기 바빴다. 한국이란 사회에서
주입식교육에 냉정하기 그지없는 경쟁사회 속에서 지극히 수동적이게 살아온 내게 여행 마저도
배워야만 하는 삶의 종목처럼 느껴져 처음엔 “서투른 여행자”였다.
장기로 머물기 위해 싼 숙소를 찾아다니는 그들을 따라 골목을 걷고, 행여나 자리가 날까 호스텔
앞에 앉아 기다렸다. 한낮에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밖에 나가지 않고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거
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다들 카오산 로드에서 파티를 하며 밤을
보냈다.
처음 며칠간, 나는 마치 무엇이라도 잘못한 사람처럼 안절부절하며 땡볕 아래 방콕 시내 곳곳을
뜨거운 땡볕아래 무지막지하게 돌아다녔다. 가만히 있으면 꼭 좀이 쑤시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었다.
“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느지막히 일어나는 배낭여행자들 속에서 열명 남짓이 생활하는 도미 토리에 적응하지 못해 잠도 설쳤고, 한국에서도 잘 가지 않는 푸세식형 화장실을 오가며 “진짜 세상” 속에 던져진 걸 실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싼 물가와 따뜻한 날씨, 시원한 맥주,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이 천국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과 불안감은 매일 나의 마음을 저울질했지만,
피부색부터 언어까지 다른 사람들과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서로 낄낄 거리며 이야기하는 것도, 느지막한 아침을 혼자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 것도, 흔들거리는 해먹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도, 광란의 밤이 시작되는 거리를 걸으며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있는 것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비트에 리듬을 타는 것도, 금새 익숙해졌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내가 처음부터 가졌어야 했던 것일지도 몰라, 이제부터 나는 진짜 인생을 사는 거야!”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 당신이 사는 삶을 사랑하라
-밥 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