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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Jun 11. 2019

I CAN't SPEAK ENGLISH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개면 충분해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면 충분해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영어 교과서에서 나오는 바보같은 문장은 무용지물이었다. 

영어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단어, 문장들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외국인이 뭘 물어보기라도 하면 너무 긴장한 탓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여행 중에 언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영어를 할 줄 안다면 내 여행은 분명 더 즐거워질 게 뻔하니, 나는 벙어리보다는 어린아이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 어쩌면 도전이었다.


나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연신 열심히 제스쳐를 해댔다. 내가 웃으며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당연히 “YES”였다. 외국 친구들이 말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부끄러운 순간들을 종종 마주했지만 정말 고맙게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동양여자에게 여행자들은 관대했다. 아직도 왜 그들이 그토록 관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들도 나처럼 서투른 배낭 여행자 였을 때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낯선 언어를 대하는 건,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쉬웠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에 편해져 갈 때쯤엔 여행을 떠난 지 7개월 째였다. 그 7개월간은 알아듣지 못해도 따라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저 웃는게 다였지만 책이 아닌 세상에서 배우는 영어는 금새 늘었다.


“영어를 못하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수도없이 먼저 여행을 떠난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던 말들.

그리고 지금의 내게 같은 질문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


“괜찮아-우리한테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씩이나 있어요!“


모국어가 아니기에 우리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싶다. 독일사람들은 독일어를 쓰고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고 남미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쓰듯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쓰는 것이다. 때문에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된다. 내가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인 것만 믿고 여행을 떠났고, 그렇게 일년 가까이를 여행하면서도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두려움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린 다 할 수 있는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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