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킹에 관한 이야기
“내가 그곳으로 가니까, 어서 타!”
이방인인 나를 그들은 본인의 차에 태웠다.
하얀 종이 위에 목적지를 쓰고는 행여나 안보일까 손을 높이 들어 수백 대의 차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섰다. 청춘이라면, 꼭 한번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고, 이런 여행이라면 오직 지금 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그렇게 늘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하고 그 안에서 살았다.
처음엔 부끄러웠고 기다림이 지루했던 이 일은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재미도 붙고 성취감도 늘었다. 교통비를 아낀다는 목적에서 조금 더 나아가 길에서 주운 박스 위에 날 태워줄 사람들을 향해 한껏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어 보이고 로컬들과 함께 도로 위를 달린다는 건 때때로 위험한 일도 감수할 만큼 내가 하는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움직이는 것보다, 내겐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이었고 흔히 볼 수 없는 더 많은 풍경들을 만났다. 그리고 또 그 마지막엔 사람이 있었다.
영어를 쓰지 않는 이상 대부분 모국어를 쓰느라, 번역기로 하는 대화가 주를 이뤘지만, 행여 길 위에 서있던 내가 배고플까 신경 쓰는 운전자들의 대부분, 내가 텐트에서 자는게 걱정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본인의 점심을 나누어 주거나, 밥을 함께 먹거나, 날 위해 과일을 사거나 때때로 나를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위해,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노래를 부르고, 운전자가 지루하지 않게 쉴새 없이 말을 하며 함께 도로를 달렸다.
내가 이러한 여행을 선택한 것은 참 행운이었다. 유럽과 중남미, 그리고 미국까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두 세달 내내 난 걷고, 히치 하이킹을 하며 세상을 누볐다. 히치 하이킹에 실패해 몇십키로를 걸어가기도 하고, 결국 날이 저물어 길에서 자거나, 목적지까지 가지 못해 운전자의 집에서 머문 적도 많았다. 계획된 것들은 아니었으나 세상엔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일보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이유인 일들이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그 어떤 여행에서도 느낄 수 없던 것들이어서, 나는 더 행복했다.
고생스러웠지만 다시 그리 떠난다 하더라도, 나는 같은 길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