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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Jun 14. 2019

다시 한번, 퇴사하겠습니다

또 한번의 퇴사

다시 한번퇴사하겠습니다


“내가 왜 이 회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고작 이 회사에 입사한지 보름밖에 안된 내게 나의 면접관이었던 친구가 지친 기색을 토해냈다.


나보다 족히 세 살에서 다섯 살은 어린 친구들이 주를 이루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경력이나 쌓을 요량으로 이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꿈을 꿔야 할 친구들은 우리들의 선례가 그러했듯 무의미하게 타자를 두들겼다. 


이십 대 중 후반,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처음 택했던 회사와 함께 인생을 쑥쑥 키워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직장에서 갈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느냐 아니냐의 사이에서 수도 없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일이 취미라 말할 정도로 일만하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러다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던 찰나 여행을 떠났다. 그 때 그런 방황과 반항을 하지 않았더라면 난 분명 곪아 터졌을거라 생각하지만 훌쩍 떠나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회사팀원들의 대부분은 정말 무기력 해 보였다. 버텨낸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때때로 우리는 같이 울었고 같이 고민했다. 스타트업의 가면을 쓴 법인 회사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추구한다 했지만 회사에 충성을 다할 개들을 원했고 나는 개가 아니었다.


세 달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 


“퇴사하시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꿈꾸며 살고 싶어서요, 이렇게 살다가 돌이켜봤을 때 지금을 후회할까봐서요” 


직장과의 사투에서 나는 패배했지만 장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주한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차가운 쓰라림이 입 안을 가득 메웠지만 왠지 그 맛이 너무 웃겨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래, 굶어 죽더라도 오늘을 행복하게 살래’ 



여행 물이 너무 많이 들어버린 건지- 

삶의 겉멋이 들어도 잔뜩 들어버린 건지-


미래의 안정을, 집을, 직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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