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카오스가 아니라-
델리는 그야말로 시장통에 인간바다였다.
나는 그래도 꽤 저렴한 숙소에 묵었었는데 소문과 편견이 무성한 인도는, 그리고 델리는
생각보다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다.
"헤이 프렌~"
"안녕하세요~"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던지는 그들은 그저 동양인이 이 거리를 걷고 있는게 매우 신기한가보다.
"나마스떼"
이에 질세라 나도 힌디어로 대답했다.
난 인도에 왔고 그들에겐 내가 낯선이일 뿐인데, 그들이 내게 낯설다고 하여 하대할 필요는 하나도 없으니까.
소들과 툭툭과 릭샤가 오물이 뒤섞였지만,
어째서인지 정말 난 생각보다 괜찮다.
빠하르간지가 훤히 보이는 어느 루프탑카페에 올라가 콜라와 차이니스누들을 시켰다.
선풍기따위는 없었지만 얼음 없는 콜라한잔에 더위가 가신다. 스파게티면에 여러 야채들과 간장을 넣어 대충 볶아준 누들도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다.
이런게 소확행이라며, 혼자 울컥했다.
창밖으로 거리를 구경하는 내게 리셉션에 있는 사장인지 알바인지 모를 인도사람이 혼자있는 내게 다가와
"맛은 어때? 인도는 처음이야?" 라고 말을 걸었다.
나는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자기 친구가 날 안내해 줄거라며 반강제로 나를 데리고 "TOUR AGENCY" 라고 써져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두유 워너 드링크 짜이?"
뜨끈한 짜이를 한잔 내놓는다
*짜이:인도식밀크티
"그래서 어디를 가고 싶은데?"
"난 '레'에 가고 싶어"
"아니 거기 말고 스리나가르를 가!"
약간의 실랑이와 반강제의 투어 결제가 이루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나는 그만 넘어가기 일보 직전에 정신을 차렸다.
"고마운데, 나 이제 그만 가봐야할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일어섰다. 여행짬밥이라는건 이런데서 힘을 발휘했다.
여행사 문을 나서며 실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당할뻔했잖아 ㅋㅋ'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도 없는 "정부 여행사"라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반나절이 되서야, 나는 이들을 대충 파악했다.
이후로,
내게 여행사라 칭하는 이들에게 나는 먼저 물었다.
"짜이 좀 줘" 일단 짜이를 한입에 대고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잘 듣고 있으면 그것또한 일종의 재미와
꽤 쏠쏠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런게 인도의 재미구나'
매일같이 투닥투닥, 서로 속고 속이고 그러다 웃고.
"재밌네 여기,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