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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Jun 29. 2019

흥정은 필수, 친구는 덤

인도에 첫 친구가 생기다

9월이지만 인도의 날씨는 굉장히 더웠다.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으니까.

남미나 아프리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인도라, 도착한지 삼일이 지나도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아

식당 앞에서도 망설이고, 카페 앞에서도 망설이고, 헤나가게 앞에서도 망설였다.


'헤나를 한번 해볼까...?'

헤나를 한번 해볼까 싶어 헤나가게 앞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려온다


"헤이 아가씨, 나 헤나 존나 잘해요"

나는 갑작스러운 한국어에 웃음이 터져나와 길 한복판에서 깔깔 거리며 웃었다.


"얼마예요?"

"1000루피"

"너무 비싸요 안할래요" 라며 뒤돌아서는데 

"오케이! 오백루피" 

"다음에 올께!"

"얼마를 원해?"

"300루피"


한 손에는 헤나를 들고 이글이글한 눈빛을 가진 헤나남이 잠시 머뭇거리다 웃으며 알겠다고 한다.

(아직도 나는 진짜 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더 쌀 것 같다)


그는 이내 내 손을 잡아채 슥슥 헤나를 그려냈다. 아무런 도안도 없이 아무런 그림도 없이 그저 머리에 생각나는 대로 멋진 선들과 도형으로 내 손을 가득 채웠다. 


헤나가 그려지는 시간은 십오분 내외였지만, 우리는 깔깔 대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이렇게 길에서 일하며 무려 일곱개국어를 한다는 이 친구는 본인의 이름이 현섭이라며 내게 알려줬다.


"현섭아" 라고 부르자 깔깔대며 넘어가는 현섭이.


나는 그에게 다시 델리로 돌아온다면 또 헤나를 하러 오리라- 약속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내가 묵는 호스텔 앞에서 우연히 만난 현섭이는 내 배낭이 무겁겠다며 나를 자신의 오토바이에 태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해

빠하르간지를 달렸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는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흥정은 필수였는데, 친구가 덤으로 따라왔다. 

이것이 나의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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