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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Jun 30. 2019

손맛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인도에 왔으면 손으로 먹어봐야지

예전에 딱 한번, 벨리즈에서 히치하이킹 할때 나를 태워준 인도남자가 휴게소에 들러

게걸스럽게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나는 손으로 밥을 절대 못할 것이라- 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인도에 내가 왔는데 친구가 알려준 로컬맛집을 가니 모두들 손으로 밥을 먹는다.

가게 한쪽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고, 다들 차례대로 줄을 지어 손을 씻고 주인장에게 음식을 받아갔다.


바글바글한 인도남자들 사이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나는 굉장히 고심하며 서있었다.

"손으로 밥을 먹으라고...?"


치킨을 손으로 먹어본 적은 있어도, 밥을 손으로 먹어본 적은 서른 세살 인생에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곳에는 포크도, 수저도, 젓가락도 아무것도 없다. 내 손가락 열개만 있을 뿐.


하얀접시위에 볶은 콩과 양파와 고추, 그리고 튀긴 짜파티가 얹어졌다.

주인장은 내가 이곳에 온 것을 굉장히 신기해해 음식을 건네주며 맛있게 먹으라고 눈인사를 건넸다.


음식을 앞에두고 나는 

엄지와 검지, 단 두개 만을 허락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기름진 짜파티를 두손가락으로 집었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오일감이 엄청났다.

그리고 서투르게 짜파티를 이용해 볶은 콩과 양파를 수줍게 감싸고 입 안에 넣었다. 


손으로 밥을 먹는 역사적인 순간은, 그렇게 순식간에 이뤄졌다.


예전부터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던가?

비주얼로 보나, 먹는 방법으로보나 기대안했던 맛은 굉장히 성공적인 맛이었다.


그 때 내가 손으로 먹었던 음식은

손맛이었을까, 정말 맛집이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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