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사하라 사막
베르베르인 친구들이 캠프 파이어를 준비하는 동안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 텐트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둑해진 사막의 하늘을 수억 개는 돼 보이는 별들이 빼곡하고 채우고 있다.
모래 위에 머리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깔고 아무렇게나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사막의 별들이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크고 가깝게 느껴진다. 조금은 감성적인 노래를 선곡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아, 완벽한 순간이다.
한참을 모래 위에 누워 별을 보던 중, 캠프 파이어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누워있던, 혹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뒤쪽 캠프 파이어 장소로 향했다. 나 역시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이대로 일어나기 아쉽지만, 캠프 파이어가 끝나고 새벽까지 실컷 별을 보면 되니까.’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캠프 파이어가 끝났을 땐 잔뜩 낀 구름 탓에 단 하나의 별도 찾을 수 없었다. 밝게 빛나는 건 텐트의 조명뿐.
그 날 사막의 밤하늘은 온통 어둠이었다.
포기하려고 해도 짧게나마 엿보았던 별이 가득한 사막의 밤하늘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전갈자리, 그리고 이름 모를 별들까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언젠가 걷힐지도 모르는 구름을 기대하며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누군가 가져온 맥주를 함께 마시며 몇 시간이고 기다렸지만, 은하수가 가장 잘 보인다는 새벽 2시가 넘어도 밤하늘은 그저 깜깜했다. 그제야 하나둘 별 보는 것을 포기하고 텐트로 향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별 보기. 이번 여행의 이유이자 언젠가부터 내 버킷리스트 맨 윗줄에 적혀 있던 사막에서의 별을, 이날의 하늘은 나에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별이 값진 이유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날의 하늘이 허락해주어야만 볼 수 있기에.
우리가 별을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다림 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