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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Nov 12. 2021

독일의 떡볶이 <커리부어스트>이야기

[김세연의 여행, 음식]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는 동안 조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요리를 하면서 음식에 대해 조금의 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적지 않은 여행을 다니며 세계 각지의 여러 음식들도 접해보면서 이제껏 배웠던 것은 정말 티끌 중에 티끌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그저 자격증을 얻기 위한, 취업을 위한 것들이었고 진짜는 세상에 있었다. 식도락 여행은 아니었으나 (사실 여행경비를 절약하느라 제대로 챙겨 먹은 적이 많이 없었다.) 여행지 별 유명한 음식,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음식들을 몸으로 느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욱 값진 경험을 얻었다.

 여행을 다니며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나 충격적이었고 맛있었던 음식들을 꼽자면 몇 가지가 되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인 '커리부어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What is currywurst?



 커리부어스트가 어떤 음식인지 아는 사람은 주변 지인들 중에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여행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도 잘 모르지만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떡볶이 수준으로 유명한 대중적인 음식이다. 커리부어스트는 카레(curry)와 소시지(wurst)가 함께 나오는 패스트푸드인데 구운 소시지위에 케첩을 올리고 그 위에 카레가루를 뿌려 만든다. 역사가 무려 70년이나 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1949년, 베를린에서 작은 스낵바를 운영하던 한 여성이 군인으로부터 카레를 얻어 그것을 케첩과 섞고 한입 크기로 자른 소시지 위에 올린 것이 커리부어스트의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쉬운 조리법으로 빠르게 완성되고 이동하는 중에도 먹을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독일인에게 익숙한 소시지와 이국적인 카레의 독특한 조합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며 베를린에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지금은 독일인에게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베를린 마우어파크 노점상

 나는 베를린 여행 첫날에 바로 커리부어스트를 먹어봤는데 사실 카레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카레에 익숙한 한국인이라서일까. 케첩 위에 뿌려진 소량의 카레가루로는 이것을 currywurst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싶었다. 입에 넣으면 첫 번째로 케첩 맛이 강하게 느껴진 뒤 소시지의 육즙이 느껴지고 마지막에 아주 살짝, 아주 조금의 카레향이 느껴지는 정도였다.


베를린의 커리부어스트 맛집 'curry 61'

 베를린이 얼마나 이 음식에 진심이냐면 커리부어스트 박물관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폐점하여 방문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나는 유럽여행 중 베를린, 쾰른, 뉘른베르크 이렇게 총 세 곳의 독일 도시를 여행했었는데 커리부어스트의 고장인 베를린에 유난히 맛집이 많고, 또 역시나 맛있었다. 베를린에서만 연간 8천만개 이상이 판매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독일의 떡볶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커리부어스트에 들어가는 소시지는 보통 송아지 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든 브라트부르스트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떡볶이 레시피가 수천 가지 있듯이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부터 각 지역마다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베를린에서 유명한 맛집으로는 [curry36], [curry61], [witty's currywurst], [konnopke's imbiss], [curry mitte]가 대표적이다. 하루하루 맛집을 찾아다니며 비교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좌) 베를린의 curry61/ (우) 쾰른의 Matrosen Gril

 커리부어스트는 보통 빵이나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데 그래서 모든 맛집의 메뉴판에는 '커리부어스트와 감자튀김'이라는 세트메뉴가 있다. 소시지 하나만 먹기에는 배가 차지 않고 또 케첩 소스에 찍어먹는 감자튀김의 맛은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자튀김을 추가하니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감자튀김에는 마요네즈가 진리라는 소신을 가진 나는 마요네즈 한 스푼도 추가했는데 한 국자를 주었다. 언덕처럼 쌓여있는 감자튀김과 소시지 하나면 한 끼는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 가격도 4유로에서 5유로 사이로(감자튀김과 마요네즈까지 추가했을 때) 외식물가 비싼 유럽에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나름 합리적으로 식사를 챙길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커리부어스트 식당은 의자가 없이 서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다리만 멀쩡하다면 말이다.


 감자튀김 사진을 보니 여행 중 먹었던 감자튀김들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의 질문



커리부어스트

먹어봤다 vs 안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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