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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12. 2017

미수

하루 한 생각 #21

오늘은 엄마의 米壽. 
88세 생신이란 소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런 나이에 관한 축일이 심드렁한데 비해
엄마의 또래 친구들은 본인들이 88세까지 살고 있다는 것에
꽤나 의미를 부여하는 눈치다.

옛날엔 88세까지 장수한다는 게 얼마나 아득한 일이었을까?
본인들로서도 놀랍고 신기하면서도 외롭고 두려우리라.
3월 내내 엄마에게는 지인들의 카드와 전화, 선물과 금일봉이 답지했다.
엄마는 다시 그 모임에 한 턱을 내는 것으로 감사 표시를 대신했다.
퇴직교사들이라 그런지 기본 용돈 정도는 다들 있으신 분들이다.

우리 자식들은 글쎄나
부모님의 한 해 한 해를 새롭게 감탄하고 축하할 만한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백세까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경제적, 감정적 준비가 안된 탓이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삶을 버텨낸다는 게 괜히 위축되고 버겁다고나 할까?

잔치할 기분이 도통 안 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님의 미수를 
여느 생신처럼 대수롭지 않게 건너가고픈 환갑 자식들의 고민은 깊다.
밥이 흔한 시절에 번거롭게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잔치하자니 미안하다.
그냥 다 함께 부모 모시고 바다 구경이나 떠나볼까?

시간만 나면, 건수만 생기면 
모든 걸 여행으로 대치해보려는 나의 아주 오래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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