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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12. 2017

생명

하루 한 생각 #23

시어머니 제삿날,
형님네로 갔더니
시집 장가 간
조카들이 와 있다.

죽은 사람 기리는 데
새로 태어난 생명들이 동참했다.
하나는 이유식을 먹으면서 멀뚱 거리고,
둘은 똥구멍을 하늘로 쳐들면서 절을 하고,
셋은 사람들 사이를 나풀거리며 뛰어다닌다.

며느리와 딸들은 저절로 할머니 승급.
다들 키워본 가락은 있어서
한편으론 제사상을 차리면서도
돌아가며 안아주고 얼러주고 돌봐주게 된다.
아이들 키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는 까닭이다.

내 아이를 오롯이 키웠으니
군대 두 번은 가기 싫다면서
자기 아이는 자기가 직접 키우라고 떠들던 나도
그러는 할머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진다.

엄마의 일이란 역시 생로병사를 함께 하는 일일까?
꽃처럼 피어나는 생명을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군대 두 번을 간대도 어쩌랴.
생명이 저리 눈부시게 유혹을 하는데야.
아이는 사람꽃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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