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안에 빗자루를 두는 이유
연휴는 끝났다.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책상에 앉아 일력을 넘기고 보니 오늘이 2020년의 마지막 화요일이다. 이제 뜯어낼 일력도 3장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 수요일과 목요일을 보내고 나면 2021년의 첫 금요일이 시작될 것이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둔 빗자루를 집어 든다. 빗자루로 동글동글한 자판이 귀여운 액토 키보드를 쓸어내린다. 자판 사이에 끼어 있던 먼지를 털어내는 기분이 개운하다. 때때로 삶은 달걀 10개를 삼킨 듯 답답했던 2020년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잠깐, 빗자루가 왜 책상 서랍 안에서 나오느냐고? 빗자루가 좋아서 하나 둘 사다 보니 서재, 부엌, 거실, 현관, 침실에 공간별 전용 빗자루를 두게 됐다. 집에 빗자루가 11개나 있는데도 예쁜 빗자루면 보면 마음이 설레는 걸 보면 빗자루 덕후인 것도 같다. 빗자루 중에서 특히 쓰레받기와 빗자루 세트를 좋아한다.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2인조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먼지와 각종 부스러기를 쓸어내는 모습이 기특해서다.
빗자루가 좋아 곁에 두다 보니, 일을 시작할 때나 일을 마무리할 때 서랍에서 빗자루를 꺼내어 책상을 가볍게 쓰는 습관이 생겼다. 동글동글한 자판이 귀여운 액토 키보드 사이 먼지를 탈탈 털고, 펜 트레이 결을 따라 쓱쓱 쓸며 책상 위의 물건들과 눈을 맞춘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긴 책상 생활자 이건만, 빗자루를 꺼내야 비로소 책상 위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된다. 한결 같이 내 손목의 무게를 받혀주는 팜레스트나 늘 머그잔을 올려 두는 컵 받침 등을 덜어내고 책상을 쓸고 닦은 후 다시 제 자리에 질서 정연하게 놓는다. 때로는 물건들을 재 배치해 분위기를 바꿔 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빗자루로 책상을 쓴다는 것은 책상의 질서 재정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2020년이 끝나고 2021년이 시작되어도 나는 서랍에서 빗자루를 꺼내 책상을 쓸 것이다. 노트북을 켜기 전 책상의 먼지를 털어내며 책상의 질서를 유지할 것이다. 그 어떤 변화가 닥쳐도 내 책상 위는 평온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