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들지 않은 땅

by 우지경

어떻게 가건 인도로 가는 길은 언제나 대장정이었다.

갈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가 아직 생생했다.

그 많은 짐을 싸서 공항으로 옮기고 서류를 빠짐없이 챙겨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가족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아내에겐 삶의 전부였다.


줌파라이히, <그저 좋은 사람>,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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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가을날, 영국으로 떠나는 동생과 조카를 배웅하러 인천 공항에 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간 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내가 알던 공항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 휑한 표정이 어색하고 또 어색했다.


(직업이 여행작가이기에) 매번 출전하던 그라운드에 더 이상 설 수 없게 된 선수가 된 기분에 젖는 것도 잠시, 아이와 둘이 대장정을 떠나는 동생을 도왔다. 4년간 영국에 살아야 하는 동생이 붙인 짐은 총 4개, 비행기에 들고 탈 가방도 3개. 인적이 드문 공항에서 그 많은 짐을 붙이는 사람은 동생밖에 없어 보였다. 그 많은 짐을 싸느라 지친 동생은 탑승 전부터 피곤해 보였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2살 조카가 잠은 잘 잘지, 히드로 공항에 내려 아이를 데리고 저 많은 짐은 어떻게 찾을지 걱정하는 동생과 이것저것 챙기느라 슬퍼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도 횡 한 공항은 낯설었고, 마스크를 쓴 채 찍는 이별 사진은 더 낯설었다.


동생이 들어가고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여행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아시아나 항공의 카피를 떠올렸다. 동생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엔 여행도 우리 곁에 돌아오겠지. 그때는 동생도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가족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대장정에 익숙해 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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