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늘 소원을 비는 이유

블레드 호수에서 빈 소원에 대하여

by 우지경

“나 말이지, 비행기를 타면 항상 뭔가 소원을 빌어.”

“소원? 왜?”

“왜라니, 봐. 하늘에 가까우니까 잘 들어줄 것 같잖아.”

“뭐야, 그게”

“아무튼 같이 소원을 빌어 보자고.”


요시다 슈이치,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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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단편 소설집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소원’ 편의 주인공 게이스케는 형 히로시가 오토바이에 치여 오사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고 할머니와 단둘이 난생처음 비행기에 오른다.


생에 첫 비행에서 그는 오직 형이 무사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만 했다.

하늘에 가까우니 소원을 더 잘 들어줄 것 같다는 합리적(?) 생각에서였다.

그날 이후 그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소원을 빌었다.

때로는 농구 경기 우승을 빌고, 고백을 하기 전에 일부러 삿포로까지 날아갔다 오기도 했다.


게이스케 이야기를 읽으며 코시국 이전, 여행만 가면 소원을 빌던 내 생각이 났다.

엄마가 암 수술을 하고 난 직후 타이난(타이완의 경주라 불리는 남쪽 도시)에 갔을 때였다.

사원의 도시라 불리는 타이난에서 사원에 들를 때마다 ‘엄마가 완쾌하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다.

소원은 이루어진 듯했다. 3년 후 엄마의 암이 재발하기 전까지는.


그때부터 나는 출장(취재 여행)을 갈 때마다 성당에 들러 늘 같은 소원을 빌었다. 스위스의 수도원에서도, 조지아의 유서깊은 교회에서도, 타이베이의 사원에서도 늘.


슬로베니아 블레드에 갔을 땐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의 성당에서 종을 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얼른 소원을 빌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앞으로 나가 온 힘을 다해 종을 쩌렁쩌렁 울렸다. 댕댕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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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돌아왔더니, 그 중 한 기자가 내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여행을 할 때마다 같은 소원을 빈다고.

엄마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서 치료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길 빌었다고.

그러자 그가 당황했다. 소원을 얘기하면 어떻게 하냐고 되묻는게 아닌가.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당황했다.


"왜요?"

"소원은 다른 사람에게 얘기 안 해야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

"..."

가이드가 말하길 소원이 이루어지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1. 현실적일 것

2. 긍정적일 것

까지만 듣고 나는 성급하게 소원을 빌러 간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이 절대로 타인에게 말하지 말 것인 지 알았더라면 절대 대답하지 않았을텐데....

나는 말없이 성당을 나와 혼자 눈물을 찔끔 흘렸다.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나 자신을 자책하며.


한 달 후 그가 보내준 어라운드 매거진을 받고 서야 알았다.

그가 응당 빌어야 할 자신의 소원 대신 엄마가 완쾌하길 빌어주었다는 걸.


비록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순간 그곳에서 그가 나와 같은 소원을 빌어주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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