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6 F
1.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글로만 봤지 정말 날 줄이야. 서리태를 심었더니, 줄기가 옹알옹알 올라오고 있었다.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냉장고에 버려지듯 박혀있던 시간이 거의 1년. 고슬고슬 밥 위에 올라갈 운명의 서리태였기 때문에, 일말의 기대감도 없었다. 그런데 왜 씨를 뿌렸냐고? 웃기는 이야기지만, 괜히다. '설마, 나겠어'라는 마음이었달까.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삐죽 내민 튼튼한 초록 잎. 서리태의 생명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밭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 논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논두렁에는 뭔가 자라고 있었다. 자투리 땅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농부의 알찬 마음을 보고 다시 한번 반성. 초보 농부도 농부는 농부. 부지런해져야겠다.
2. 아빠께 다녀왔다. 이천 호국원에. 평일이라 한가했다. 벌써 무지개 너머로 가신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엄마와 통화하며 2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호국원에 가자고 어깨를 떠밀어준 브루스가 고마웠다. 우리 둘만 아빠한테 오기는 처음이었다. 매번 엄마나 오빠, 조카와 함께였다. 철퍼덕 앉아 아빠한테 결혼식 때 이야기, 신혼여행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허허 웃으실 아빠 모습이 포르르 떠올랐다.
3. 일기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아빠가 계시는 25구역의 '일성록'이 눈에 들어왔다. 일성록은 왕의 일기로, 약 150년간 조선 역대 임금의 언동을 기록한 책. 볼 때마다 아빠하고 잘 어울리는 자리다 싶다. 기록하기 좋아하던 아빠. 아빠는 하늘에서도 뭔가 열심히 쓰고 계신 건 아닐지.
4. 역대급 날씨. 구름이 춤을 췄다. 서울에서 이천에 오고 가는 내내. 서울 오는 길에 인더 마운튼을 들렀다. 들렀다고 하기보다 찾아 올라갔다는 게 맞겠지만. 야트막한 산기슭에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새하얀 인테리어에 큼지막한 창. 조용한 분위기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가까운 곳에 이런 카페가 있었다니, 비밀 장소라도 발견한 기분이었다. 카페 구석구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 다음에는 엄마도 모시고 와야지.
5. 추가. 덕평휴게소에도 잠시 들러 구경. 티셔츠와 래시가드, 모자를 샀다. 이번 여름은 이걸로 쇼핑 끝(과연?).
* 출판하는 마음 / 은유 / 제철소
p79
저는 글쓰기는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지요. 무엇인가 소통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요.
- 움베르토 에코, '작가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