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빛의 기적,
반딧불이를 찾아서

by 피터C

“내 눈에는 뚜렷하게 보이는 50등성의 어떤 별들이 당신의 작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그 별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으실 겁니까?”

- 볼테르 『미크로메가스』.


어느덧 더운 바람이 불어와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던 6월 초. 슬슬 어스름이 깔릴 무렵 우리는 깊고 깊은 숲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곶자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주 특별한 제주의 숲이었다. 곶자왈은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용암덩어리들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지대에 형성된 원시림이다. 우리의 목적은 반딧불이를 보는 데 있었다. 곶자왈로 가기 전 잠시 짬을 내어 모처럼 시골집에 들렀을 때, 아버지께서는 “호박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가 아니냐?”면서 헛걸음을 할 공산이 크다고 걱정하셨다. 진달래가 망울을 터트려야 청어잡이 배가 돛을 달고, 밴댕이는 오월 사리가 되어야 기름이 오르는 법. 모름지기 자연에는 때라는 게 있다. 반딧불이는 호박꽃이 필 무렵부터 밤하늘을 밝힌다. 하지만 텃밭에 호박을 심지 않은 지 족히 이십 년은 넘었기에 꽃이 예전보다 훨씬 일찍 핀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잘 모르시는 듯했다. 호박꽃뿐만 아니라 모든 꽃의 개화가 빨라졌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사진1.jpg 반딧불이를 보러 가던 중 노루를 만났다. 곶자왈에 노루가 흔하다.

어쨌든 호박꽃은 이미 피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반딧불이도 급히 도는 지구의 시계에 맞춰 야간 비행 활동을 개시한 상태였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곶자왈의 중심부 방향으로 들어가던 길에 우리는 뜻밖의 동물을 만났다. 풀과 나무가 어지럽게 뒤엉킨 덤불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노루 한 마리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즉시 걸음을 멈췄다. 우리와 노루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 오로지 바람만이 자유를 누렸다. 녀석과 우리의 대치는 그러나 개미 한 마리 때문에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조그만 개미가 내 손등을 타고 오르는 바람에 간지러워서 그만 무의식적으로 흔들어 털었는데, 녀석이 ‘때는 이때다’ 하고 후다닥 자리를 떠버린 것이다.

아직 해가 이울기 전이었으므로 반딧불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냐.”

날개가 검고 앞가슴등판이 적황색인 시시한 곤충이 날아오를 시간을 기다리며 나무와 풀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 하나를 가리켰다.

“말도 안 돼. 저 이상하게 생긴 게 반딧불이라고요?”

꽁무니에 불을 밝힌 채 날아다니는 곤충만을 반딧불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거라면 나도 여러 개 봤는데…….”

“그래, 하지만 그게 반딧불이라는 걸 미처 몰랐지? 사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야. 잘 모르면 옆에 두고도 없다고 생각하게 돼. 그러니까 관심이 있다면 뭐든 열심히 알려고 노력해야 해. 그래야 제대로 볼 수 있어.

사진2.jpg 불빛을 내지 않을 때의 반딧불이는 이렇게 생겼다.

숲 속 조그마한 빈 터에 우리는 준비해 온 작은 텐트를 쳤다. 그리고 밤이 선물상자를 꺼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마침내 하늘의 잔광마저 사그라지자 텐트 안은 어둠 그 자체가 되었다. 이따금 들리던 뭔가의 기척이 더욱 선명해졌다. 기껏해야 겁쟁이 노루나 먹이활동에 나선 오소리일 텐데, 어둠은 그 소리를 우리의 심장에 직접 쏘아대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포를 불러일으키던 소리에도 차츰 익숙해질 무렵, 텐트 안으로 희미한 빛이 살포시 비쳤다. 깜빡 깜빡. 밖에서 어떤 장난꾸러기가 전등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전등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깜빡 깜빡 깜빡……. 숲을 밝히는 작은 별, 반딧불이가 날아 오른 것이었다.

나는 그새 졸고 있던 아이를 깨워 서둘러 텐트 밖으로 나갔다. 밤이 까만 장막을 드리운 숲이라는 무대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화려한 군무를 추고 있었다. 놀라운 그 광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반딧불이들이 여기저기서 불빛을 내보냈다. 두리번거리며 그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숲이 마치 거대한 우주처럼 느껴졌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암흑의 우주를 밝히는 별빛 같았다. 콕 박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붙박이별, 일정한 속도로 예상 가능한 궤적을 남기며 이동하는 살별,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별똥별들이 황홀경을 연출했다.

그런데 어지럽게 반짝이는 그 별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가 갑자기 현기증을 호소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눈앞에서 엄청난 수의 조명이 예고도 없이 깜빡 거리는데, 나 또한 약간 현기증이 났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방법은 소용이 없었다.

“아빠, 똑같아요. 눈을 감아도 반딧불이가 막 날아다녀요.”

방금 전 머리가 어지러워 힘들다던 아이는 어디 가고, 들뜬 목소리로 아이가 말했다. 아내와 나도 아이처럼 눈을 질끈 감아보았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야 정상인데, 아이의 말처럼 반딧불이들이 여기저기서 날아다녔다. 반딧불이가 빚어낸 밤의 풍경에 감동한 뇌라는 녀석이 나중에 꺼내보려고 녹화해 두었던 영상의 재생버튼을 눌렀음이 분명했다. 아무튼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진3.jpg 곶자왈을 환하게 밝혔던 수많은 반딧불이 별들.

반딧불이는 짝을 찾기 위해 불빛을 내면서 난다. 이를 혼인비행이라고 한다. 그 모습이 우리에게는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데, 반딧불이는 처절하기 그지없다. 수컷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며 사랑을 받아달라고 있는 힘껏 불빛을 반짝이면, 그것을 보고 암컷들이 아래에서 허락의 불빛을 보낸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보통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길이와 세기가 저마다 다르다. 구애를 하는 수컷들은 짧게 끊어서 강하고 빠르게, 응답을 하는 암컷들은 1회 길게, 둘이 만나 사랑을 할 때는 짧고 약하게 낸다. 거의 1년 동안 땅이나 물에서 지내다가 혼인비행을 하는 수컷들은 짝짓기를 마치면 곧 죽는다. 암컷이라고 다를 바 없다. 며칠이 지나 산란을 마친 후 암컷도 죽는다. 반딧불이의 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생명의 춤인 동시에 자신은 그로 인해 소멸하는 죽음의 춤이다.

반딧불이는 전세계적으로 약 2,100종 가량 있다. 따뜻한 지역을 좋아하는 특성상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종류는 아주 적다. 9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관찰되는 것은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4종에 불과하다. 곶자왈의 여름밤을 빛으로 수놓는 종은 운문산반딧불이다. 반딧불이는 애벌레도 빛을 낸다. 알조차도 마찬가지로 빛을 낸다. 애벌레는 성충보다 2~3배 더 크고 포식성이 대단하다. 주로 다슬기와 달팽이를 잡아먹는다. 곶자왈에는 달팽이가 아주 많다. 습도가 높은 편이어서 달팽이가 번식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사진4.jpg 반딧불이애벌레들의 주 먹이인 달팽이가 곶자왈에 지천이다.

가지고 간 포충망으로 우리는 반딧불이를 몇 마리 잡았다. 치사하지만 암수 간에 보내는 신호를 모방해서 포충망 없이도 반딧불이를 잡을 수 있다. 손전등을 땅이나 풀에 대고 불빛이 0.2초 정도 길이가 되도록 1초 정도 간격을 두고 깜빡이기를 반복하면 암컷이 보내는 신호인 줄 알고 수컷들이 날아든다. 아이는 반딧불이를 직접 포획하고도 그것을 만지면 손을 데이지나 않을까 쓸 데 없는 걱정을 했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냉광, 즉 열이 없는 차가운 빛이다. 그 사실을 말해주니 아이는 용기를 내어 검지손가락 끝을 발광마디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아이는 정말 뜨겁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토끼눈을 떴다.

가지고 간 포충망으로 잡아서 유리병에 넣어두었던 반딧불이가 빛을 내고 있다. 나중에 날려 주었다.

우리는 한참을 반딧불이의 춤을 감상하다가 너무 어지러워서 잠시 쉬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잡아서 유리병 속에 넣어두었던 반딧불이들이 반짝이며 텐트를 밝혔다. 그것들을 다시금 숲으로 날려 보내고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갑자기 텐트 바깥이 비정상적으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여기저기서 어지럽게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불을 밝혔다가 껐다. 집단때맞음이라 불리는 현상이었다. 다른 반딧불이의 빛을 감지하고 자신도 그에 맞춰 모두가 한꺼번에 빛을 내는 것이다. 한동안 그 현상은 계속되었다. 신기해하던 아이는 자정을 넘기자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반딧불이의 불빛이 은은한 수면등이 되어 아이를 편안히 재웠다.

이 여름에만 우리는 세 차례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다. 그 중 하루는 추적추적 비가 왔다. 그냥 되돌아가려다가 혹시나 해서 기다렸는데, 우중에도 수컷 반딧불이들이 사랑을 찾아 헤맸다.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반딧불이의 춤을 바라보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반딧불이와 함께 한 여름은 참으로 행복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행복을 맛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삼사십 년 전만 해도 시골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게 반딧불이다. 하지만 이제는 곶자왈처럼 깊은 숲에서나 만날 수 있다. 환경오염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이다. 반딧불이를 오지로 몰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반딧불이는 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지금이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춤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반딧불이를 살린다는 것은 흙과 물과 공기를 살리는 일이며 이는 곧 거기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생명, 궁극적으로 인간을 살리는 일이다.



여행 실행을 위한 간단 tip.

여행 목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어디로 갈까?/ 제주 청수곶자왈과 한남시험림, 경북 청도 운문산 생태경관보전지역, 경기 남양주 물골안, 경기 광주 곤지암 화담숲, 서울 강동 길동생태공원, 전북 무주 설천면 일원.

언제 떠날까?/ 6~8월이 반딧불이 관찰 적기.

필요한 것은?/ 포충망, 방한 옷, 손전등(어두운 길을 오가는 용도로만. 반딧불이서식지에서는 사용 금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견딜 끈기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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