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_시베리아횡단열차 타고 고려인 만나러
한국으로 돌아오자 말자 익숙한 풍경, 낯익은 말소리, 편안한 사람들을 만났다. 술잔을 마주하며 바라본 광안대교는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순간을 떠올리게 해줬다.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에는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짧은 소견은 거듭된 방문과 이번 역사여행을 통해 크고 작은 부분부터 서로의 다름을 찾게 해줬다.
“일본 여행 어땠어? 오사카성 가봤어? 나 저번에 가봤는데 엄청 웅장하고 멋지던데.” 혼자만의 생각을 깨트려준 것은 다름이 아닌 오랜 친구의 물음이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유명한 곳들은 가지 않았어. 그냥 우리와 연관된 역사를 찾아다니고 일본인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을 했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비싼 돈 주고 지루한 여행을 했다는 말이야?”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친구는 대답했다.
“응. 뭐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세로로 두지만 일본인들은 가로로 두더라고. 밥그릇도 들고 먹고. 같은 동아시아인데 사소한 부분들이 참 다르더라. 아! 라멘 집에서도 막 호로로로륵 소리 내서 먹기에 경망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 것이 ‘맛있다’라는 표현법이더라고.”
“진짜? 같은 식사를 먹는대도 조금 다르긴 다르네. 뭐 또 다른 점은 없었어?”
“300년 전통의 카스테라가게, 200년이 된 장어덮밥집이 아주 많더라. 아! 백제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578년에 세운 건설회사가 아직도 존재하던데, 가업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
“그럼, 네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뭐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몇 차례 일본으로 여행을 갔었잖아. 갈 때마다 조금씩 세밀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본 일본은 분명히 우리나라랑 오랜 세월동안 깊이 있게 교류했던 다른 나라야. 항상 맛있는 음식과 유명한 관광지만 찾아다녔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여행지들만 찾아다녔어.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니 그만큼 연관된 곳도 많더라고. 근데 확실한건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가능성이 줄이고 좋은 이웃사촌으로 지낼 수 있다는 거였어. 과거에 발목 잡혀서 눈과 귀를 막고 서로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키우기 보다는 상부상조하며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좋잖아.”
“언뜻 들어도 평소의 여행과는 달리 배움이 많은 여행이었던 것 같네. 그나저나 다음에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있어?”
“시베리아횡단 열차도 타고 싶어. 아! 카자흐스탄의 우쉬토베라는 동네랑 고려극장을 가보고 싶기도 해.”
“카자흐스탄? 거기는 왜? 스탄 들어가면 다 위험하지 않아? 우쉬토베는 뭐고 고려극장은 뭐야?”
“한국 밖의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는 여행을 해보니까 나름 뿌듯하고 좋더라고. 일제강점기 때 연해주에 살던 한국인 10만명이 추위로 꽁꽁 언 허허벌판의 중앙아시아에 화물열차에 실린 채로 강제 이주를 당했는데 우쉬토베는 초기 정착지였대. 거기서 땅을 파서 토굴 안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고려인1세대들의 공동묘지가 됐다고 하더라. 고려극장은 한국전통춤과 한국노래로 공연을 하는 곳인데 반가울 것 같아. 아직까지 까레이스키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게 참 신기해.”
“까레이스키? 그게 뭐야?”
러시아 말로 ‘코리아 사람’
한민족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것.
다음 여행의 이유는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