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운이 좋은 여행길이었다. 때마침 자바섬의 족자카르타에서 와이삭이란 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와이삭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리나라의 부처님 오신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날짜이다. 북방불교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음력 4월 8일을 기준으로 봉축일 행사를 하지만,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남방 불교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음력 4월 5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정해 와이삭 축제를 펼치고 있다. 자바 문화의 중심지인 족자카르타에는 불교 사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사는 인도네시아에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는 사실은 기괴하기만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와이삭을 공식적인 국가 종교 휴일로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부처님 오신 날은 보기 드문 불교 축제이기 때문이다. 와이삭 축제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자선 나눔 행사와 동물을 방생하는 행사 그리고 밤에는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로 수 천 개의 등을 켜기도 하지만 도보 행렬이 가장 진풍경이다.
매년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행해지는 아이삭 축제를 앞서 부처님의 출생과 깨달음 그리고 열반의 경전을 봉독 하며 도보를 행진하는 이 풍경은 신비롭다. 이것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마을에서 보로부두르까지 불경을 봉독 하며 도보로 행진하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도보행진의 전통이 지켜져 오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이곳에서 바라본 축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간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이다.
말리오보로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쇼핑 거리이다. 크라톤과 메라피 산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이곳은 여러 방면으로 족자카르타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길 양쪽의 보도에 나열된 작은 노점에서는 한국에서 비싼 폴로가 70% 할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티셔츠 한 장치고는 값비싼 폴로지만 여기서만큼은 치킨 한 마리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말리오보로 거리는 예술가의 거리로 불린다. 거리의 음악가와 화가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이 이 길에서 그들의 예술을 뽐내는데 멋지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전통악기의 음률에 따라 춤을 추는 거리의 행인들 속에서 족자카르타의 축제를 그렇게 즐겼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