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에 보자

Because(여행의 이유)

by 권동환

“언제 타이페이 놀러 올 거야?”

이루의 메시지를 이른 아침에 확인했다.

이루는 대만 출신의 동갑 또래 친구다.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벤구리온 공항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저기.. 여기서 탑승 수속을 하면 되나요?”

“Sorry. I'm not Korean."


서울행 발권 카운터 앞이라 당연히 한국인일 거라고 생각하고 한국어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인과 비슷한 생김새도 착각하기 충분했다. 돌이켜보면 웃긴 실수가 우리의 관계를 형성시켜준 샘이었다.

그는 서울을 경유해서 타이페이로 향할 계획이라고 했다. 탑승 시간까지 꽤 여유로웠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하게 술 한 잔을 하기 위해 공항 내부에 있던 바(Bar)로 향했다.


“너는 무슨 일로 이스라엘에 왔어?”

맥주를 시원하게 한 모금을 하던 이루가 말했다.

“나는 예루살렘을 보고 싶어서 왔어. 조금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거든. 너도 여행 왔어?”

당연히 또래 친구였기 때문에 여행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는 엔지니어라서 한 달 동안 텔아비브에서 파견 왔어. 일 년 중에 절반은 해외에서 생활해.”

그는 직업 특성상 전 세계를 누비는 멋진 친구였다.

“와우! 대단하다. 한국에 파견 온 적 있어?”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삼성 전자 협력사라서 서울에 몇 번 갔었어.”

“정말? 혹시 부산 알아?

한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데 내 고향이야.

“사진으로 본 적이 있어. 정말 멋진 도시던데?

너는 타이페이 온 적 있어?”

“아니. 아직까지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이제 네가 있으니까 한 번은 꼭 여행 가야지.”

이루와의 첫 만남(초상권 동의 얻은 사진)

여행에 미친 나로서는 절대 빈 말이 아니었다.

그 마음을 꿰뚫어 본 건지 그는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지 환영이야. 네가 먼저 타이페이를 오든,

내가 먼저 부산을 가든, 꼭 만나자.”

서로에 대해 뭔가 느낌이 좋았던 탓인가? 헤어질 무렵 우리는 서로에게 ‘Bro'라고 불렀다.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급속도로 친해진 것이다.

(북미에서는 친근한 관계를 BRO라고 표현함)



그런 이유에서 방금 받은 이루의 메시지에

머뭇거리지 않고 금방 답장했다.

“Bro. 언제가 좋겠어? 나는 당장 다음 주에라도 갈 수 있어. 너만 시간이 괜찮다면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루에게 다시 답장이 왔다.

“보름 뒤, 독일에서 타이페이로 돌아갈 계획이야.

그때 만나자.”




짧은 만남이었기 때문에 잊힐 수도 있는 인연이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곧장, 대만행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이미 대만 여행의 시작을 스스로에게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