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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Sep 04. 2022

모두가 좋아하는 돈가스의 유래

Food

 

기차를 타고 떠나온 가고시마의 첫 만남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근대화에 일조한 유학생들을 조각한 ‘젊은 사쓰마의 군상’이란 동상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낸 그들과의 만남이 썩 반갑지는 않았다. 뚜벅뚜벅 걸어 나온 거리는 근대화의 상징인 노면전차가 풍경을 가득 채웠고 때마침 돈카츠가 떠올랐다. 가고시마의 특산품인 고구마를 먹고 자란 흑돼지로 만든 돈카츠는 돈가스를 사랑하는 미식가로서 꼭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고시마의 돈카츠 식당을 인터넷에 검색하자 ‘쿠로카츠테이’라는 흑돼지 전문점이 많은 추천을 받고 있었다.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을 외워서 머릿속 지도를 따라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꽤나 긴 대기줄은 이곳의 인기를 증명해줬고 그런 인증은 군말 없이 줄을 서게 만들었다.      

빠른 회전율 때문에 줄은 빨리 줄어들었지만 지루함을 참을 수 없어서 일본 식문화를  되새겨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서성이는 것보단 음식에 대한 유래를 되짚어보는 것도 식전 애피타이저로 안성맞춤이니깐 말이다. 일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돈가스는 호텔, 분식집, 일반식당 대한민국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익숙한 음식이다. 그런 돈가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것은 독특하고 다양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일본의 육식문화가 겨우 150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부터 시작된다. 불교를 국교로 채택한 이후 13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육식을 금지한 일본은 어른과 어린아이의 수준으로 큰 신체적 차이를 가진 서양인을 마주한 뒤 육식 금지령을 풀었다. 그렇지만 서구형 신체를 장려하기 위해 소개한 유럽의 슈니첼(얇게 저민 고기를 기름 두른 팬에 구워 먹는 음식)이란 요리는 일반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조리시간이 길고 가격이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쌀과 생선 그리고 채소로 생활해온 일본인들에게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문명개화를 시작하며 육식을 권장했지만 큰 진전이 없자 또 다른 대안을 찾았다. 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덴푸라 기술을 응용하여 고기를 고기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눈속임. 그것은 바로 자신들만의 의식세계 속에서 식문화의 변화를 준 돈카츠였다.      

   

흥미로운 돈카츠의 이야기를 배움 저장소에 다시 집어넣게 된 것은 나의 순서가 기다림 끝에 찾아온 순간이었다. 일본어로만 되어있는 메뉴판이면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잠시, 미소 띤 직원은 한국어로 나열된 메뉴판을 건네줬다. 허벅지살 카츠와 히레카츠 그리고 로스카츠 등으로 구성된 점심특선 중 육즙을 가장 중요시하는 로스카츠 정식을 주문했다.

양배추, 밥, 된장국, 소스로 구성된 밥상은 한국의 돈가스와 차이점을 생각하게 해 줬다. 대부분의 한국 돈가스는 슈니첼식으로 얇게 저민 고기를 튀겨 잘리지 않은 상태로 나온다. 김치와 단무지 그리고 밥까지 푸짐하게 담아서 주는 것이 큰 특징인데 이것은 빠른 조리시간과 포만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탄생한 한국식이다. 소스도 보통은 고기 위에 듬뿍 뿌려져 나오는 형태인데 일본의 돈카츠는 바삭함을 중요시하기에 소스와 기름이 충동하여 눅눅해지는 엉성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분리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입 안에 넣은 한 조각의 돈카츠는 감탄사를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한국과 달리 고기를 두들겨 얇게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아 두툼할뿐더러 촉촉하고 진한 육즙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근섬유가 가늘기에 씹는 맛이 아주 부드러운 흑돼지의 육질은 풍성한 식감을 느끼게 해 줬다.

서양 음식을 가져와 돈카츠로 만든 일본과 일본이 만든 돈카츠를 한국적 형태인 돈가스로 만든 대한민국. 각자의 환경에 따라 같은 음식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는 주객전도의 식문화 혁신을 가진 가고시마 흑돼지 돈카츠는 ‘맛있는 음식도 유래를 알고 먹는다면 아는 만큼 더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새겨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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