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럽보다 늦은 스페인의 시간

부제: 한여름에 스페인을 여행하는 방법

by Lucia K

한여름에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힘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야경을 보는 것. "백야예요?"라는 질문을 종종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여름에 스페인에서는 해가 늦게 진다. 7,8월 해지는 시각은 밤 10시를 넘어가니.


사실, 유럽은 썸머타임때문에 여름에 해가 좀 늦게 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스페인은 좀 심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유가 좀 있기는 하다. 지도를 놓고 보면 스페인은 유럽대륙에서도 가장 서쪽 끝의 이베리아반도에 자리잡고 있는데, 유럽 메인 본토와 같은 시간을 쓰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저 멀리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과도 같은 시간을 쓰고 있으니 중국이 그 거대한 땅 안에서 한 개 시간을 쓰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스페인의 수도면서 이베리아반도의 정가운데 있는 마드리드는 경도 -3.7 정도로 표준시의 기준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오히려 약간 서쪽에 있다. 그러면 영국과 같은 시간을 써야한다는 이야기인데, 더 동쪽에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같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 가만히 보니 옆나라 포르투갈도, 남쪽의 모로코도 다 영국과 같은 시간을 쓰고 있는데 왜 유독 스페인만 이런 시간을 쓰고 있는걸까. 여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스페인도 1930년대까지는 이웃나라들처럼 영국 기준시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1936년부터 39년까지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프랑코 장군의 독재시대가 시작되게 되는데, 스페인내전에서 프랑코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데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이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독일과 작전을 공조한다든지 협력이 필요할때 시차가 있으니 여러모로 불편했던 것이다. 그래서 1942년 프랑코의 명령에 의해 스페인의 시간은 한시간 느려지게 되고 그렇게 느려진 시간을 80년 가까이 쓰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프랑코 시대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프랑코 시대에 정해놓은 시간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는걸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실제로 시간을 원래대로 바꾸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흐지부지 되었다고 한다. 80년 가까이 이 시간을 사용했다는건 스페인 국민의 대부분은 태어날때부터 지금의 시간을 쓰고 있었던 거니까. 그리고 유럽연합으로 묶여있는 지금, 유럽연합 주요국가들이 대부분 같은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마 스페인이 시간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때문에 스페인을 여행할 때는 여름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엔 해가 늦게 뜬다는걸 염두에 두고 여행 계획을 짜야한다.


그래서 여름에 스페인을 여행하는 중요한 팁.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너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 어차피 해가 늦게 뜨고 일찍 나와서 열려있는 상점들도 거의 없으니. 일반적으로 상점이나 관광지들은 평균 10시~10시반 정도에 하루를 시작한다. 대신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들은 일찍부터 문을 여니 9시 정도 숙소에서 나와 스페인식 아침식사를 즐기자. 아침식사를 또 너무 빨리 하면 점심식당 문이 늦게 열어 배고플수도 있다는걸 잊지 말자. 10시 부터는 관광지들 - 주로 입장료를 내거나 시간 제한이 있는 곳들-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알함브라 궁전이라든지 성가족성당, 프라도 미술관 등 스페인은 도시마다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유적지들이 하나 이상 있다. 그러다 1-2시쯤 점심식사를 한다. 1-2시는 점심식사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인데, 우리의 점심시간인 12시에는 문 연 식당이 거의 없을 것이고, 2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현지인들이 식사하는 시간이라 인기있는 식당은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식당 문 여는 시간을 맞춰가 스페인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식사를 해보는건 어떨까. 와인 한 잔 정도 곁들여보는 것도 좋다.


식사를 마치고, 어쩌면 이제 제일 중요한 시간이다. 이제는 우리가 집으로 가야할 시간. 숙소에 들어가 잠깐 쉬며 충전하는 것이다. 1시간 이내 낮잠 시간을 갖는것. 맞다, 그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에스타. 시에스타는 라틴어의 섹스타(sexta)라는 단어에서 왔다고 한다. 6번째라는 뜻인데, 해가 뜨고 여섯번째 시간을 뜻하고 쉽게 말하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 한여름에 제일 뜨거울 시간이다. 뜨거울때 어차피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으니 쉬며 충전했다가 해가 좀 누그러지고 나면 오후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해가 늦게 지니 낮잠을 자고 나도 남은 시간이 길다. 사실, 스페인 안에서는 이 시에스타가 스페인 경제성장에 저해되는 요인이고,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한다. 실제로 스페인 북부지방들에서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관광지가 아닌 스페인 마을에 오후 2-3시쯤 도착하면 죽어있는 도시처럼 조용하다. 모두 상점 문을 닫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 4-5시는 되어야 도시는 다시 활발해진다. 스페인의 일반 직장에서 보통 점심시간이 2시간인데, 여름이 되면 한시간 늘어난다. (대신 퇴근이 한시간 늦어지지만.) 시에스타가 없어져야한다고 아무리 이야기 한들, 여름 이상기온이 생기지 않는 이상 스페인 남부지방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여행자들도 해가 중천에 있을 이 시간이 되면 하루를 잠깐 멈추자. 점심 식사 이후 그 땡볕에 체력 소진을 더 한다면 해가지기 전에 미리 넉다운 될것이다. 잠깐 들어가 시원하게 집에서 쉬다가 늦은 오후 나와서 이번에는 도시의 모습들 보면 좋다. 구시가 골목이나, 광장 등을 도보여행하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들을 돌아보는 것. (오후시간이 사진찍기에 빛도 좋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나 시원한 음료 한 잔, 아니면 달콤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도 좋겠다. 그리고 저녁 7시반 이후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아마 9시가 넘겠지. 하지만 한여름이라면 이 시간까지 햇볕이 쨍쨍할 수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 것. 백야는 아니고, 10시가 넘어가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스페인의 여름밤은 정말 매력적이다. 도시마다의 야경도 놓칠 수 없지만, 뜨거운 태양이 들어가고 슬금슬금 밖엘 나와 여름밤을 즐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여름밤 공기를 마시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면 당신의 여름 스페인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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