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이유
흔들리지 않은 가치관과 신념을 갖는 다는 것에 대하여.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가야 할 길을 내다보고 재정비한다.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는 것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레 살기로 해놓고
불안함에 떠밀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이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든 뭐든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밀고 나가야지 생각하다가도
현실을 생각하면 또다시 잔잔히 흐르던 마음의 바다는 요동치고
뱃머리가 흔들려 길을 잃었다가 다시 길을 찾기를 반복한다.
최근 나의 불면의 이유는 그것이다.
하고자 하는 것은 정해져 있는데 당장 밥을 지어 먹기에는 일구어 놓은 땅이 없어서
급한 마음에 남의 곳간을 기웃거리다 보니 자연히 내 농사에는 소홀해지고
남에게 빌린 곡식을 먹자니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이 먹기도 전부터 뻔하고
그렇다고 굶으며 농사 준비만 하자니 그간 힘들 것이 훤하다.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소신껏 사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 한들 소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분위기상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했으니 어떻게든 적응해 나가야 한다.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탓에
밤마다 새벽마다 꼬리를 무는 생각과 고민은 끝이 없지만
지난 새벽에는 최근 나를 괴롭히던 어떤 것에 대한 결단을 내리긴 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의 소설가 폴 브루제의 말처럼.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응당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형태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 피로감에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이미 본의 아니게 인간으로 태어나 버렸으므로
조금 조금 벌려놓은 일들과 그 외에도 사는 동안 하고자 마음먹은 모든 것들을 어떻게든 해볼 참이다.
부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소신대로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 소신에 떳떳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