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인물에게 두 명의 남자를 빼앗긴 기분이 든 적이 있는가?
실제로 빼앗긴 것이 아닌 빼앗긴 기분이 든 적이 있냐는 것이 이 질문의 핵심이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 그런 기분이 들었다.
따라서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몇 년 전 고향 동네에 작은 커피숍이 생겼다.
집에서 불과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존재도 모르고 있다가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추천해 줘서 가보게 되었다.
흔치 않은 콘셉트의 커피숍.
사장님이 잘생겼다고 하더니 정말 훈훈한 사장님이 손수 내린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었다.
작고 아담해서 그런지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없고 홀로 하는 커피숍이었다.
홀로 와서 개인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는 손님이 꽤 있는 조용한 공간이라 몇 번 방문을 하며 사장님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갔다.
훈훈한 외모와 가벼워 보이지 않은 모습에 이성적인 호감이 없었다면 거짓이지만 따로 디엠을 보내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서 대화를 나눠봐도 딱히 그쪽에서 오는 시그널은 없어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고 방문이 뜸해질 수밖에 없는 물리적 거리가 생겼다.
그 후로 나에겐 따로 호감이 가는 이성, 썸 타는 이성도 있었고, 남자친구도 생겼다.
그리고 오늘.
sns을 통해 연애하는 기색 하나 없던 그 커피숍 사장님이 결혼을 알리는 게시글도 아닌 스토리를 올렸고 신부가 누군지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내 중고등학교 동창이 아닌가..?!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어릴 때부터 소문났던 아이였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내가 엄청나게 짝사랑하던 남자아이와 중학교 시절 연애를 해서 당사자는 모를 나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던 아이.
세미단골쯤 되던 커피숍 사장님의 신부가 된 그녀 덕에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던 짝사랑까지 떠오르는 데 드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달 전 사주와 타로를 볼 줄 아는 동생이 봐준 점에서
나는 남들보다 어두운 기분을 아주 예민하게 느끼는 편이라 우울함도 자주 느끼고 그것을 글이나 다른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손 한 번 잡아보지 않았던 두 남자를 한 어여쁜 여인이 사귀어도 보고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사이까지 되었다는 사실에 글로 풀어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오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니
점을 봐준 동생이 용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