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누군가는 나를 보며 신기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부지런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대단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부럽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나는 평범하고 게으르며 부러움을 살만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멋진 것은 어느 정도 인정.
지금껏 삶을 도피하듯 살아왔다.
일상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소소한 일탈이 아니라 일상을 내려놓고 자꾸만 먼 해외로 떠나왔다.
한 두 번도 아닌 네 번씩이나.
'무엇이 자꾸만 나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첫 해외 생활을 한 영국에서부터 그에 따른 꼬리 질문들은 나에게 자꾸만 엉겨 붙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나는 이 삶에 만족하는가?
지금 여기가 아닌 한국에 있었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어땠으려나?
.....
현실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면 이런 질문들이 수십 개가 되어 나를 어지럽히는 밤이 양손으론 꼽지 못할 만큼 여러 날이다.
11년 전의 내가 큰 고민 끝에 해외를 나오지 않고 한국에 머물렀더라면, 그때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지금의 내가 있듯이 지금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또 다른 내가 있겠지? 그런 나를 나는 과연 좋아했을까?
지금의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답은 NO.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만약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1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런 내가 이제 그만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떠나온 이곳 아일랜드에서.
푸른 눈동자의 그 녀석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