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처음 만난 날.
사랑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갑작스레.
한국은 여전히 넘치게 뜨겁던 8월의 어느 날, 처음 맞이한 아일랜드의 여름은 생각보다 선선했다.
오기 전부터 익히 듣던 대로 비가 자주 내렸지만 이따금씩 비치는 햇살은 뜨겁고 덕분인지 크게 습하지 않은 날씨.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낯선 일터에서 적응을 시작한 나는 낯선 억양의 아이리시 영어와 앞으로 자주 봐야 할 동료들 사이에서 사람 좋아 보이려는 웃음을 지어댔다.
잘 못 알아듣겠으면 웃기라도 하자며 방긋방긋.
그날도 여느 날처럼 스텝룸 구석에 앉아 태블릿으로 트레이닝 영상을 보고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다른 스태프들은 내 옆과 앞자리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중이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꽤 현란한 무늬와 색상을 가진 헬멧을 들고 있는 그의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몸에는 검은색 오토바이 기어를 입은 채였다.
그는 떠들던 스태프들의 인사를 받으며 조용히 그들 옆에 앉았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우리 둘은 사선으로 마주 앉았다.
‘어라, 처음 보는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나? 귀엽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자꾸만 부딪혔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마주칠 때마다 몇 초씩, 서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세 번째에는 심장이 반응했다.
두근두근.
예상치 못한 몸의 반응에 당황한 나머지 그 후로 내 시선은 트레이닝 영상이 틀어져있는 태블릿에 고정되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어제처럼 생생한 그 순간이었다.
시간이 멈춘듯했던 세 번의 눈 마주침.
지금 생각해 보면 궁금하다.
평소 같으면 바로 옷을 갈아입었을 그 애가, 왜 그날은 기어를 입은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을까.
어쩌면 그 애도 처음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