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자꾸 너에게로
“써니!”
여느 날처럼 트레이닝을 받고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보니 첫 출근 날부터 활짝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던 딜런이었다.
"써니, 얘 누군지 알아? 키아란이라는 앤 데 얘 되게.. 음.. 독특한 애야!"
딜런의 옆을 보니 그가 나를 마주 보며 서있었다.
'이름이 키아란, 이구나.'
나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명랑하게 인사했다.
"안녕! 반가워, 나는 써니야."
하며 오른쪽 가슴에 있는 명찰을 가리켰다.
그는 고개만 끄덕하고, 살짝 미소 지었다.
이미 내 이름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날 이후, 나는 이상할 만큼 자주 그를 찾게 됐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시선이 먼저 움직였다.
출근하면 스텝룸 문을 열기 전에 한 번,
매장 안에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중 그가 있는지 또 한 번,
Shift 매니저들이 직원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휴식 시간은 언제 줄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인 Break Sheet를 매니저 몰래 잠깐씩 보고 그의 이름이 있는지 출퇴근 시간은 언제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보일 때면, 내 마음은 아주 잠깐 멈췄다.
그는 말이 적었다.
다른 직원들이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큰 소리를 내는 법이 별로 없었다.
대신, 누군가 말할 때마다 짧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 스텝룸에서 그가 다른 동료와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 처음이었다.
'어라, 생각보다 하이톤?'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 상상했던 낮은 톤의 목소리와는 달라서 조금 당황했다.
당황스러움은 아주 잠시였다.
일하는 내내 내 시야의 끝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가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자꾸만 쳐다보게 됐다.
그가 있을 땐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겐 남자친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