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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25. 2021

우울증에 이어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온 남편


남편은 매주 다니던 병원을 격주에 한번 가는 것으로 줄였다.  병원 가는 횟수를 줄인 건지, 그렇게 마음대로 병원 가는 횟수를 줄여도 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그렇게 해도 되겠다고 하니 별수 없었다. 일단 그래도 병원 가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상태가 호전됐으니 그런  아닐까 했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온 남편을 보니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은 유독 병원만 다녀오면 심하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평소에 웃음도 많고 말도 많이 하던 남편은 병원만 다녀오면 말도 안 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으려 한다. 말을 시켜도 귀찮은지 대꾸도 잘 없다.


수면제 같은 약에서 약을 바꾸고 불안감, 불면증과 힘겹게 싸워왔던 남편은 오랜만에 병원을 가서 기존에 F코드 말고 F코드 하나를  진단받아왔다.

F410.


찾아봤을 때 불안함을 느낄 때 진단받는 코드라고 나와있었다. 너무나 불안함을 느껴서 그 코드를 진단받은 건가 보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이 대뜸 물어봤다.


"F410 무슨 코드인지 알아?"

"그거 불안증세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핑계겠지만, 밤늦게 피곤한 상태에서 처방전을 확인했고, 병원에 다녀와서는 물어봐도 대답도 해주지 않았던 남편 때문에 대충 인터넷 한번 검색해본  다였다. 그런 남편은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큰소리쳤다.


공황장애라. TV에서 연예인들이 걸렸다고 들었었던  공황장애. 일상생활이 힘들어서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걸렸다 하면 나오던 프로그램에도 하차하고 충분한 휴식 이후에 다시 나오기도 하고 그랬던 질병인데.


'  남편이 공황장애를 진단받았지?'


아침잠에서 홀딱 깼다. 괜찮아진 줄 알았었기에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다녀와서 처방전과 조제해오는 약을 보면 제자리걸음인  아서.


남편은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왔는데 본인에게 왜 그렇게 관심이 없느냐고 나에게 소리를 쳤다. 나는 병원만 다니고 나으려는 의지가 없으니 공황장애까지 걸린 거 아니냐고 했다. 다시 한숨을 푹 내쉬니 불안한 남편은 다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더 미안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 같아서.

의사 선생님과 두 번째 진료를 받았을  하고 싶은 , 이름하여 위시리스트를 써보라고 했다는데 그동안 내가 봤을 때는 안 써봤던 남편. 병을 낫고 싶어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냥 병원만 다니는  같다,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병도 낫고 하는 건데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그래 가지고 우울증이 나을  있겠느냐. 위시리스트도 적어보고, 병을 낫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봐라.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마음의 공부를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등의 타박들했다. 옆에서 우울증 걸린 남편을 지켜보는 나보다 지금 현재 우울증에 걸려 마음이 아파 힘들 남편.


"내가 해보라는  해봤어?"

 "" 


말이 없던 남편이었다.

나중에서야 뒤늦게 위시리스트 써봤다고 이야기를 했다. 무엇을 썼는지 물었더니 공부, 이직, 가족여행 등등을 이야기했다. ​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나름 약도 열심히 먹고 하고 싶은 공부도 열심히 한 남편이다. 불안해할 때 최대한 옆에 있어주면서 대화도 많이 했고 괜찮아 보였던 남편인데 과연 괜찮은 척 참는 것일까, 진짜 괜찮아진 걸까. 내가 아는 남편은 여태까지 괜찮은 척 참았던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울증에도 걸리고, 공황장애도 걸린 것이겠지. 아마 병원에 다녀와보면 알겠지, 남편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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