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동안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너무나 피곤해했던 남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 병원을 가면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해서 약을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던 남편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병원 가는 날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은 유독 병원 가는 날이면 기분이 많이 가라앉는다. 의사 선생님한테 속 이야기를 훌훌 털어놓고 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은데 본인의 속 이야기를 많이 오픈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느 정도 남편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난 아직 남편을 이해하려면 멀었겠지.
"오늘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어?"
속시원히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남편은 병원만 갔다 오면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병원을 몇 번 다녀오고 나서 병원 갔다 온 날에는 내 나름으로는 관심이었지만, 그 관심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자꾸 물어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남편을 터득했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졸음이 쏟아졌던 남편은 약을 바꿨다. 그런데 약을 바꾸고 나니 이번에는 불면증과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피곤해서 잠이 들다가도 갑자기 새벽에 일어나서 불면증을 호소했다. 자고 있던 나를 깨워 잠이 안 온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남편의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안하게도 나는 너무 잘 잤다. 어떤 날은 자면서도 남편이 하는 말에 대답해주곤 했지만, 거의 대답을 못해준 날이 많았다고 한다. 잠이 안 오는 남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공부를 하기도 하고, 집 밖에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고 오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남편은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너무나 미안했다. 잠을 자고 싶고, 너무 졸리다는데 못 자는 남편을 보니 안타까웠다. 잠을 좋아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잠으로 하는 남편일만큼 많이 자는 남편이었는데 그런 남편이 불면증이라는 것이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괜히 남편 병원의 의사 선생님의 약 처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어떤 날은 너무 졸리고, 어떤 날은 아예 잠이 안 오게 하고. 너무 극과 극인 것 같다고.
남편은 다음 진료를 상담받을 때 의사 선생님께 불면증을 호소했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마 남편이 느끼는 불안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불면증을 느낀 것 같다고 진단을 하셨다고 들었다. 남편은 요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 갑자기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남편이 걱정되지만, 남편은 공부를 하면 불안감이 해소된다며 좋아하니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루빨리 남편의 불안감이 해소됐으면 한다. 그게 어떤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