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Jul 06. 2021

우리 남편 어떠한가요?

기억이 없다는 남편, 도마뱀을 키우게 된 남편


아직 병원을 가진 않았지만, 전에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있는 남편. 쏟아질 것처럼 잠이 와서 약을 먹고 나면 바로 드러누워 잠이 들어 버리는 남편이다. 그런데 그다음 날 아침 갑자기 남편은 말한다.


“나 기억이 없어, 기억이 안 나”


전날 밤, 나보다 집에 먼저 와있었던 남편은 어김없이 저녁 약을 먹고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소파에 자고 있는 남편에게 방에 들어가서 자라며 열심히 흔들어 깨웠다. 분명 희미하게나마 남편은 알겠다고 대답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방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이었다. 나 혼자 방 안의 침대에서 편히 누워서 자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기도 해서 두세 번 더 소파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어 깨웠다. 처음에 흔들어 깨울 때보다 더 격하게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남편은 미동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남편을 두고 혼자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몇 시간이 지난 뒤 새벽에 소파에서 자던 남편은 침대로 들어왔다. 남편의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나는 잠에 취했었다. 

그리고 우린 아침에 일어났고 남편은 내게 물었다.


“나 왜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거야?”


저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도대체 왜 남편은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걸까. 내가 몇 번 흔들어 깨웠지만, 미동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전혀 몰랐다고, 기억이 없다고 했다. 내가 깨웠던 것조차 기억이 없다는 남편. 요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하거나 들으면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조금씩 생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남편의 지금 현재 상태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남편은 본인의 지금 현재 상황이 겁이 나고 무섭고, 불안하다고 했다. 기억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나도 그런 남편을 보면서 약을 너무 오랫동안 먹어서 그런 건지, 약이 너무 독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못 한다는 남편의 머리에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불안해졌다. 


얼마 전 고민 끝에 남편은 고심하던 도마뱀을 분양받아서 키우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취미가 없던 남편은 도마뱀을 키우고 나니 본인도 취미가 생긴 것 같다며 많이 행복해했다. 남편의 그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너무 징그럽지만, 그래도 키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징그럽다고 절대 도마뱀 키우는 건 안된다고 막았었는데 남편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남편의 행복을 막았던 게 아닌가 미안해졌다. 나는 아직 도마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만지지도 못한 채 먼발치에서 지켜볼 뿐이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우리 집에 온 거 조금씩 조금씩 도마뱀에게 마음을 열어가려 한다. 이름도 지어주고, 밥은 먹었는지, 잘 놀고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이제 도마뱀도 키우게 됐으니 남편의 상태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건 아직 내 욕심일까.


내일은 남편의 진료 예약일이다. 나도 내일은 병원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궁금한 건 많은 데 가서 어떤 걸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다. 


“선생님, 우리 남편 어떠한가요?”

작가의 이전글 남편에게 문제가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