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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8. 2021

남편의 병원에 같이 다녀왔어요


오늘 남편의 진료는 남편에게 나도 함께 가보겠다고 해서 같이 따라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되어 병원을 못 갈 수도 있을  같다는 남편의 연락. '나라도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해볼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남편은 "약이라도 대신 받아올래?"라고 이야기했지만 병원에 전화해봤던 남편이 대리처방은 안된다고 하여 약을 먹기 위해선 남편이 꼭 병원을 가야 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우울증 증상에 대해 공부했던바로는 대리처방은 당연히 안될 수밖에 없을  같았다. 의사 선생님과 만나 그동안의 상태가 어땠는지 상담하고 나서  내용을 가지고 다음 1-2 동안 먹을 약을 처방해주는 형태인데 내가 가서 대신 약을 받아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됐다. 병원에서는 오늘은 야간진료를 진행하니 남편에게   있으면 직접 방문을 하라는 식으로 안내했다. 남편의 갑작스럽게 잡힌 야근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왠지 남편의 야근이 빨리 끝나서 병원에   있을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퇴근하고 남편 대신 병원에 먼저 가있기로 했다. 우울증 약을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아닌 환자 마음대로 중단했다가  힘들었다는 글을 봤어서 그랬는지 남편의 약이 중단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빨리 끝나서   있길 기대했는데 다행히도 병원 종료시간까지는   있겠다는 남편의 연락이 왔다. 집으로 가려다가 병원으로 가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먼저 병원에 도착했고, 남편 대신 접수를 진행했다. 처음 가본 정신의학과 병원은 내가 상상했던 그런 병원이 아니었고, 그냥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곳이다 보니 조명이라던지 음악이라던지 분위기가 오는 환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있도록  조성되어  또한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람이 많을 거라는 남편의 예상과는 다르게 병원 끝나는 시간이 다되어가서 그런지 환자가 별로 없었다. 조금 앉아서 기다리니 남편이 왔다. 남편의 이름이 호명되고 우리는 함께 의사 선생님께 들어갔다. 남편의 의사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의사 선생님 이미지와는 달라서 당황했었다. 남편의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딱딱하고, 남편이 속 얘기도 잘 못할 정도로 무서워 보일 줄 알았었는데 내 예상과는 빗나갔다. 실제 봤던 선생님의 인상은 나긋나긋,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주셨고, 선 해 보였고 동안(?)이셨다. 선생님의 첫인상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남편이 병원에 다녀왔을  내게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말을  안 해주었던  같았다. 실제로 남편은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울기도 했었다는 것도 병원 다닌 지 3개월 만에 처음 알았다. 병원 갔다 오면 특히나 기분이 가라앉는 유였다.


선생님은 남편의 상태를 물어보셨다. 남편은 본인이 2주 동안 어땠는지에 대해 선생님께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게 병원에서 어땠는지 말해줄 때는 의사 선생님께 말을 잘 못해서 상담을 잘 못하고 오는 건 줄 알고 걱정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남편의 증상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물어봤다.


"중간점검 같은  안 하나요?", "남편이 진짜 공황장애 인건가요?", "증상이 호전되고 있긴 한 건가요?" 등등


 물어볼 것들이 있었지만, 나의 질문은 이 정도였다. 그리고 남편의 의사 선생님은 나의 이런 질문들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남편이 병원 다닌 지 5-6개월 정도 됐다고 체감했는데 실제로는 3개월 정도밖에 안됐다고 하였다. 그래서 중간 진단은 조금  지켜본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셨다. 남편은 결론부터 말하면, 공황장애는 아니라고 하셨다. 다만 우울증의 증상인 불안감이 너무 심해 공황장애의 약 중 하나를 처방하기 위해 처방전의 코드명을 빌린 거라고. 남편은  말을 듣고 공황장애가 아니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홀가분해했다. 우울증이라는  자체가 원래 빠르게 회복되는 병이 아닌 천천히 회복되는 병이라고 하셨다. 남편이 특히증상이 호전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셔서 한시름 덜었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를 마치고 약을 처방받아서 병원을 나왔다. 남편은 내심 내가 함께 병원을 와서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과 내가 마찰을 빚을까 봐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내가 함께 와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본인이 말을 많이 못 했던 게 내심 아쉬웠다고 했다. 나도 내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느라 남편이 의사 선생님께 한마디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아닌지 미안했다. 의사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해보니 안심이 되었다. 남편의 의사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았으니 앞으론 혼자 다니라고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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