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카드 붙여주기, 말 많이 걸어주기
아들 녀석을 재워놓고 인터넷과 맘 카페를 샅샅이 찾으면서 정보들을 얻었다. 언어발달지연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느꼈던 게 생각보다 많은 아이의 엄마들이 아이의 발달지연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출근은 했지만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출근하면서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일에 집중해야지' 하고 정신을 부여잡았지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의 발달지연과 관련된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고, 치료센터도 꼼꼼하게 알아보고 예약을 했다. 치료센터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보니 집과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아이도, 엄마도 힘들지 않다는 말에 집과 가까운 곳 위주로 알아봤다. 또한 검사비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보건소, 동사무소 등에도 전화를 해보다 보니 아침 업무 시간이 훌쩍 지났다. 결론적으로 다 지원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우리는 소득이 많아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밥을 빨리 먹고 나서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주기 위해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가서 벽에 붙이는 낱말카드도 사 오고, 뒤로 넘기면서 보는 낱말카드도 사 왔다. 나는 어렸을 적 엄마가 집의 벽에 낱말카드를 붙여주셨었고, 그걸 보면서 한글을 익혔던 것 같았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왜 그걸 해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해주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저절로 할 때 되면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오만한 생각이었다. 며칠 전 남편과 아들 녀석을 데리고 집 근처의 아웃렛으로 쇼핑을 갔었다. 남편 옷을 사기 위해서. 남편 옷을 사면서 내 옷도 조금 샀는데 지나가는 길에 서점이 하나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는데 돌이켜보니 평소에 동화책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아이를 서점에 데려가서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하나 골라오면 사다 줄 걸 뒤늦게 후회를 했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도 우리는 참 이기적인 부모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했었지만 우리밖에 몰랐었던 것 같았다. 아이는 항상 내게 안아주고, 얼굴에 침이 범벅되도록 뽀뽀도 해주고, 밝게 웃어주고 사랑을 주는데 나는 아이보다도 사랑을 못준 건가 아들 녀석을 통해 반성하게 됐다.
퇴근하고 나서 아들 녀석을 봐주시는 친정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제저녁 아이의 언어발달지연에 대한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봤을 때 미디어 시청이 발달지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손자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엄마에게 이제 티브이 끄기를 협조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엄마는 영유아 검진에서 손자의 언어발달지연 결과를 받고 마음이 안 좋았던, 저녁 내내 울었던 엄마 딸이 안쓰러웠던지 알겠다고 협조를 하겠다고 하셨다. 퇴근하고 친정집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버선발로 밝게 웃으며 아들 녀석이 날 반겨주었다. 티브이는 꺼져있었다. 내가 사간 벽에 붙이는 낱말카드를 집안 곳곳에 붙여두었다. 다행히 아들 녀석이 계속 그쪽 주위를 기웃기웃 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계속 벽에 붙어있는 그림들을 손으로 짚었고, 나는 그걸 읽어주었다. 아이는 아마 마음속으로 '우리 엄마가 오늘 왜 저러나?'엄마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아이에게 유난히 말을 많이 걸어주었다. 처음이라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며 말을 많이 걸어주지 않았던 그동안의 나를 반성하면서. 아이가 너무 지치진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다. 진작에 해주었어야 하는 것들을 너무 늦게 해 준 나를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