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검사를 받으러 가다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발달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빠른 날짜로 발달검사 예약을 했다. 오늘은 그래서 발달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 어린이집에 있던 아이를 친정엄마가 픽업해주셨고 같이 병원을 찾았다. 나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직장에서 조퇴하고 가느라 병원에 예약한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을 했었는데 친정엄마가 벌써 도착해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계셨고, 아이는 치료실에 들어가서 검사를 받고 있었다. 시간상 검사를 받으러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던 것 같은데 많은 아이들이 치료받고 검사를 받고 있었지만 엄마는 알아보는 내 아이의 직감이라는 게 있었나 보다. 친정엄마와 설문지를 작성하는 도중에 내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엄마에게 우리 아들 녀석이 우는 것 같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는데 엄마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우리 아이가 우는 거라면 "검사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부르시겠지" 하시면서 아닐 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곧이어 또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분명 우리 아이가 우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친정엄마도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왜 우는 걸까 궁금했었지만 치료실을 들어가 볼 순 없었다. 그저 울음을 그치고 검사가 잘 진행되길 바랄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설문지를 작성하다
우리는 아이의 현재 발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설문 문항들을 작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 혼자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보다 평소에 주로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엄마도 같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병원을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우리 아이에게 미심쩍어하는 부분도 엄마가 잘 짚어주셨고, 오히려 엄마가 아이를 돌보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선 내가 엄마에게 말을 해 아이의 상태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문에 응할 수 있었다. 설문지에 작성할 내용이 너무 많아 힘들었지만, 내가 하는 답변이 곧 아이의 발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신중하게 작성을 했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우리 아이의 이름이 불렸다. 검사를 진행하신 선생님과 잠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달검사 후 인터뷰를 하다
우리 아이와 발달 검사를 진행하신 선생님께서 검사를 진행하시면서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셨었다. 아이가 혼자 심부름을 잘하는지, 갑자기 실없이 웃는 때가 있는지, 빙글빙글 돌 때나 까치발을 들고 있을 때가 있는지, 그게 있다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 칠정도인지까지도. 종종 위와 같은 행동들을 보일 때가 있지만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선생님께 처음에 검사 시작 때 우리 아이가 울었던 게 맞냐고 여쭤보니 맞았었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우리 아이가 유난히 초록색과 연두색을 좋아하는데 검사실에 초록색 손잡이 가위가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가위를 집었는데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검사내용도 있어 원활한 검사를 위해 선생님은 아이에게 가위를 달라고 했었지만, 아이가 가위를 쉽사리 주지 않았고, 끝내 뺏으려 했던 선생님께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었다. 그러나 검사가 끝나고 내가 엄마와 함께 인터뷰하러 들어갔을 때는 공을 가지고 검사실을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던 아들 녀석. 검사를 진행하신 선생님께 선생님이 잠깐 보시긴 했지만 우리 아이가 어떤 것 같은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선생님은 쉽게 대답을 못하셨다. 검사 결과는 언제쯤 들을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일주일 정도 걸리고,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선 또 예약을 잡아야 된다고 했다. 바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주로 예약을 잡아놓고 집에 왔다.
발달검사 그 후
아들 녀석 그래도 초반엔 울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기계로 엑스레이를 찍거나 하는 검사가 아닌 놀이 위주의 검사였어서 진행하는 동안 잘해준 것 같아 기특했다. 적성검사를 하는 듯했던 설문지, 친정엄마는 무슨 아이큐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고 하셨을 정도였다. 24개월인 만 2살짜리 아이가 설문지의 내용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거 다하면 천재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만큼 설문지의 내용은 제법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불가능 항목에 동그라미가 많아질수록 발달 점수가 낮게 나올 거란 생각에 착잡했다. 그래도 처음 영유아 검진받고 발달지연 소견이 나온 이후에 아이가 많이 변화되고 발전되는 모습이 보여 조금씩 안심은 하고 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병원 갔다 오는 길에 미니 붕어빵을 사서 손에 하나 쥐어줬었는데 마스크 쓰고 있던 아이가 먹을 때 잠깐 마스크를 내리고 한입 베어 물고 또다시 마스크를 쓰는 모습에 조금씩 커가고 있단 생각에 흐뭇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 병원 가느라 어린이집에 잠시 맡겨두었던 아이의 가방을 가져오기 위해 어린이집을 잠깐 들렀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오늘 활동 너무 잘했다고 아이를 칭찬해주셨다. 한편으론 이렇게 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지금 괜한 짓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심화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는 다음 주 검사 결과 들으면 알 수 있겠지. 그때까진 최대한 아무 생각 안 하면서 지금처럼 아이에게 더 많이 상호작용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