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발달을 위한 노력들
발달센터를 다녀온 뒤로 녀석은 이제 센터 같은 곳은 가고 싶지 않다 하는 듯 말은 못 해도 눈에 띄게 폭풍성장을 시작했다. 일단 우리는 시청각 자료인 TV, 스마트폰을 일체 보여주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말을 많이 걸어주지 않았던 것 같아 그 점에 대해 반성하며 아무 말이나 아이를 붙잡고 하고 있다. 여전히 내 대화법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많은 말을 들려주는 게 좋겠다 싶어 말을 최대한 많이 해주고 있다.
"엄마 해보자,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했어?"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그리고 아기였을 때 들려주고 불러주다가 돌 때쯤 돼서 멈춘 동요들도 조금씩 불러주기 시작했다. 동요 들려주면 몇 개 노래는 좋아해서 박수도 치곤 했었는데 왜 나는 그동안 동요 불러주고, 들려주는 걸 멈췄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아이의 말을 늘리는 데는 동요나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고 들었다. 더욱더 많이 들려주고, 틈나는 대로 불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아기 때는 밤에 자기 전에 읽어주던 동화책도 잠을 잘 땐 불을 꺼야 하니까 동화책도 예전보다 읽어주지 않았었다.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동화책도 많이 읽어줘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가 좋아했던 동화책을 조금씩 읽어주고 있다. 상황에 따라 재밌게 읽어주니 아이도 점점 웃음을 띤다. 그리고 본인이 느끼기에 너무 재밌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 페이지를 다시 펼치며, 또 읽어달라고 내게 손짓을 한다. 그래서 또 읽어주면 아들 녀석 깔깔 거리며 좋아한다. 그 맛에 읽어주고 있다. 깔깔 거리는 그 웃음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또 읽어달라는 그 손짓이 너무 좋아서. 말은 안 해도 나와 조금씩 교류하려는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요즘엔 놀이터도 데려갔었다. 가서 미끄럼틀도 타고, 시소도 탔다. 아들 녀석 형아, 누나들이 타고 있던 그네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네, 위험할까 봐 안태웠었는데 발달센터 갔을 때 그네 태워주면 좋다고 했었다. 그리고, 친정엄마는 나와 남동생 어렸을 때는 집에 그네를 사서 태워주셨다고 했는데 손자 녀석은 왜 그렇게 해줄 생각을 못했는지 탄식하셨었다. 바로 다음날, 친정엄마는 집에 실내 그네를 사셨다. 아들 녀석 그네를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가서 태워달라고 했고, 까르륵거리면서 내릴 생각도 안 하고 탔다. 이렇게 잘 탈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줬어야 했는데 엄마로서 참 무지했었다. 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폐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의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영상을 보았다.
발달센터에서 상담받을 때 우리 아들 녀석에게서도 약간 자폐스펙트럼이 약간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들었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보게 된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동영상. 영상 속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자폐를 가졌던 같은 반 친구와는 정말 달랐다. 어디가 이상한지 모를 정도로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들과 너무 비슷했다. 요즘 여러 환경적인 요인 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전 세계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하던데.
엄마의 이런 애가 타고 걱정하는 마음을 우리 아들 녀석 알아차린 건지 점점 발전되고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바이바이 해달라고 할 때는 멀뚱멀뚱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흔들어주기 시작했다. 티브이를 틀어주지 않으니 엄마 아빠와 더욱더 상호작용을 하려 하고,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같이 놀아주면 티브이를 보여줄 때보다 더욱더 해맑게 웃어준다. 그네를 열심히 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우유 먹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니 갑자기 눈이 동그레 지면서 말은 못 해도 우유를 먹겠다고 그네를 내리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또한 조금 어설프지만 숟가락을 들고 그릇을 치며 밥을 떠서 먹으려고 하고, 밥을 떠서 숟가락을 손에 쥐어주면 밥을 흘리지 않고 먹기도 한다. 그동안 아이가 못할 줄 알고, 밥을 흘릴까 봐 내가 떠줬었는데 이미 어린이집에서는 혼자서 조금씩 먹고 있다고도 하고, 내가 괜히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 빼앗은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동안 집안일을 하고 있었을 때 아이가 손으로 잡아끌면 "이것만 끝내고 엄마가 갈게"라며 혼자 놀게 했었다. 아이가 나와 같이 놀고 싶어서 놀아달라고 손으로 잡아끌었던 거 같은데. 맨날 사랑한다 해놓고 말만 그랬던 것 같아 아이에게 괜히 미안했다. 이제는 진짜로 아이가 손으로 잡아끌면 열일 제쳐두고 아이와 함께 놀아줄 거다. 병원 가기 전 요즘 우리 아이가 혹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건가 싶어 센터를 다녀온 후로 더욱더 세심하게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몇몇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증상을 찾아보면 우리 아이도 그런 건가 싶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지인이 그랬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왜 벌써부터 사서 걱정이냐고. 진짜 그 일이 일어나서부터 걱정해도 된다고. 머리로는 나도 아는데, 마음속으로는 그게 잘 안된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까. 때론 아는 게 힘일 때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아이가 그냥 단지 느린 거뿐이었으면 좋겠다. 아이 하나 키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