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재활의학과 병원에 다녀왔어요

by 방구석여행자

지난번 발달센터 첫 방문에 이어 맘 카페에서 추천받았던 동네에 있는 발달 재활의학과 병원을 아들 녀석과 함께 다녀왔다. 어린이집에서 픽업을 한 후 다행히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 녀석과 함께 산책 가는 것처럼 하고 자연스럽게 병원을 데려갔었다. 그런데 아들 녀석, 여기 병원을 오니 발달센터 처음 방문했을 때와 다르게 많이 낯설어하지 않았다. 병원이 일반 소아과와 비슷한 분위기라 그랬던 듯했다. 다행이었다. 우리가 예약하고 갔던 시간에는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았었다. 접수를 하고,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했고, 진료를 대기했다. 그동안 아들 녀석은 좋아하는 동화책을 한 권 꺼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이름이 불렸다.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들어갔고, 선생님을 만났다. 나는 의자에 앉았고, 선생님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도록 놔두라고 하셔서 우리 아들 녀석은 진료실을 탐색했다. 그러나 진료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나가려고 문고리를 붙잡고 매달리며 울었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내용은 대부분 설문지에 작성한 내용이었다.


"아이에게 티브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보여주나요?"

-하루에 5시간 정도 보여줬었는데 안 보여 준지 20일 정도 됐습니다


"블록 쌓기는 잘하나요?"

- 블록 쌓기는 하지 못하고, 쓰러트리기 바쁩니다.


"말은 어느 정도 하죠?"

- 옹알이 수준으로 하고 있고, "아, 끙, 코" 이런 정도 합니다.

- 모음 발화 정도네요.

-네 그렇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뭐라던가요?"

- 잘하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단지 느릴 뿐이라고요. 조금 기다리면 말문도 트일 거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영유아 검진을 받고 발달지연 소견이 나와 치료를 받아보라고 하길래 제가 걱정돼서 왔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언어발달지연 의심됐던 사례가 있었나요?"

- 제 남동생이 말문이 늦게 트여서 저희 아이도 제 동생처럼 단지 늦게 말문이 트이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기다리면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던 것이었습니다.


"혹시 심부름은 하던가요?"

- 안 시켜봤었는데 얼마 전부터 포크 가져오라고 하면 포크를 가져오곤 합니다.


"엄마와 스케치북에 낙서 같은 건 하나요?"

- 그것도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많이 시켜봐야 하는데, 많이 해봐야 하는데"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는 걸 들었다. 선생님의 저 말을 듣고 내가 정말 그동안 많이 부족한 엄마였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요즘 그래도 우리 아들 녀석, 많은 걸 보여주고 있다. 사운드북의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면 아직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그 노래를 또 틀어달라고 손짓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 이름을 부르면, 손을 번쩍 들기도 한다.


밤에 자는데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다리를 계속 만지작거려서 다리를 주물러 주니 겨우 잠이 들었었다. 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보챘던 아이다.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울고 난리였다.

그러다가 울다 지쳐 잠들고 2번을 그랬다. 말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 아이는 계속 보챘고, 말을 해보라고 이럴 때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냐고 속상한 마음에 아이를 붙들고 이야기를 했었다.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시던 선생님은 우리 아들 녀석을 불러 같이 놀면서 상태를 확인하셨다. 선생님이 블록 통에 있던 블록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쌓지는 못하고, 던지기만 하였다. 그리고 선생님 주머니에 블록을 넣었었는데 그 주머니에 들어있는 블록에만 관심을 가졌다. 계속 선생님 주머니에 있는 블록에만 관심을 갖던 아이는 그 블록을 가지고 다시 선생님께 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 드리자고 타일렀지만 울면서 떼를 썼다. 선생님은 안아서 데리고 나가라고 하셨고, 언어지연 검사가 아닌 발달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나가면 간호사분이 안내를 해주실 거라고 했다. 발달 검사 예약을 잡아놓았다. 가장 빠른 시간으로. 며칠 뒤 발달 검사를 할 예정이다. 별 탈 없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호명 반응도 잘되고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아이다. 정말 단지 느린 것뿐이었으면 좋겠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괜찮을 것 같은데 굳이 왜 아이 병원을 다니냐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울컥한다. 전문가의 소견이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본인들의 아이였더라도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가 별 문제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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