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평가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던 날

by 방구석여행자

지난번에 받았던 발달평가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고, 예상되는 답변들이 있었다. '결국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겠지, 덤덤하게 받아들이자'라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그래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떨렸고, 결과를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무서웠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갔고 진료가 많이 밀려 있어서 예약시간에 맞춰갔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 기다리는데 왜 그렇게 초조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했던 대로 발달평가 검사 결과는 치료가 필요하다 였다. 그것도 아주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아이가 낯선 환경 때문에 집에서 잘하던 것들도 검사받을 때는 안 해서 점수가 낮게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사 선생님은 우리 아이는 발달이 많이 늦다고 확인사살을 해주셨다. 내가 요즘 아이가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조금 어필은 해보았지만,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은 오직 눈앞에 있는 검사 결과에만 관심 있을 뿐이었다. 검사 결과 중에서도 가장 궁금했던 자폐 관련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다행히 안정권이었지만 턱걸이로 안정권이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될 것 같단 소견이 있었다. 검사 결과를 보면서 평가가 잘못된 건가 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난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던 것 같은 항목들도 검사 결과를 보니 이상하게 답변이 되어있었다. 주 양육자이신 친정엄마와 함께 작성한 것이었는데 결과지를 봤을 때 의외의 답변들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의 발달이 조금씩 성장했는데 그 부분들이 반영이 안 되어 다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괜히 있는 말씀이 아닌 것 같다. 정말 하루 사이에 달라지는 아이를 요즘 느끼고 있으니까.


의사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이 검사 결과 가지고는 어린이집을 다니면 안 되고 엄마와 가정보육을 좀 더 해야 될 것 같은데 하시면서. 어린이집에 가면 적응을 잘 못하고 혼자서 놀 것 같다고도 하셨다.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내가 우리 아들 녀석 발달 심화검사받으러 간다 했을 때도 갈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너무 잘하고 있다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들 녀석도 어린이집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이쯤 되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검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전반적으로 발달이 늦고, 대학병원에 바로 데려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하셨다. 치료가 필요하다 해도 아이가 병원이나 센터를 갈 때마다 스트레스받아하는 것 같아서 치료가 조심스럽다고 했더니 그래도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을 것 같은 병원을 찾아서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나가려고 하는 순간에 말해주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약간의 희망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이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관찰해오고 진료하면서 자폐스펙트럼을 앓는 아이 같은 경우에는 얼굴 표정이라던지 이런 게 좀 다른 점이 보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 아들 녀석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너무 밝게 잘 웃는 우리 아이가 너무 이른 나이부터 고생하는 것 같아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결과를 듣고 나니 치료를 시작해야 되나 싶다가도 병원을 들어설 때 아이가 소리 지르고, 울고 했던 모습들이 생각나 참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다.


처음 발달지연 소견을 받고 센터 상담, 병원 진료 등을 받으면서 아이가 급속도로 좋아졌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이전에 비해 많이 생겼다. 발달평가를 받고 나서 원래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인데 갑자기 하기 시작했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양치도 혼자 하고, 바지도 스스로 올린다. 머리에 빗을 대며 빗질도 하고, 신발을 신어줄 때까지 그저 기다리던 아이가 혼자서 신발을 신기 위해 신발에 발을 쑤셔 넣으려고 한다. 손잡이가 있는 빨대컵만 사용했던 아이가 손잡이 없는 빨대컵으로도 잘 빨아먹었다. 수동적이었던 아이가 조금씩 뭔가 스스로 하려고 한다. 혼자 책장을 넘기며 책을 그냥 스쳐 보던 것에 불과했던 아이가 갑자기 내가 옆에서 동화책을 읽어주자 재밌게 읽어준 부분을 자꾸만 다시 읽어달라고 손짓을 했다. 나와 상호작용을 하려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더 많은 동화책을 계속 읽어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동요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장난감을 소리가 듣기 싫다며 무작정 꺼버리던 녀석이 갑자기 재생 버튼을 누르면서 반복적으로 들었다. 놀라운 반응이었다. 본인이 쉬한 기저귀는 더럽다고 생각하는 걸까? 쉬한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리러 가자하면 그렇게 싫어한다. 알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싫은 건지 궁금하다. 말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얼마 전에 사두었던 단어카드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보이니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나는 엄마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걸까. 진짜 아이를 위한 결정은 어떤 결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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