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검사 결과를 듣고 난 후 나는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말지 많이 고민스러웠다. 그리고 우리 아들 녀석의 지금 현 상태를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3차 병원에서 한번 더 재검사를 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 요즘 변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치료를 미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게 엄마와 남편은 이야기를 했다. 치료를 해주기로 마음을 다잡았다면, 굳이 3차 병원에서의 재검이 필요하겠느냐고. 그냥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나는 점점 변해가는 아들에 미련이 남았던 것 같았다.
우선, 밥을 돌아다니면서 먹던 아들 녀석이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면서 먹는 식습관을 계속 고쳐주고 있었는데 집에서는 여간 고쳐지지 않아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와중에 아기 식탁에 가만히 앉아 먹으니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비록 숟가락 사용은 어설프고, 손으로 집어먹긴 하지만 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앉아서 먹는다는 건 장족의 발전이었다.
기저귀를 갈아준 뒤 사용했던 기저귀를 처음에는 손잡고 쓰레기통에 같이 버리러 갔었다. 처음에는 쓰레기통으로 같이 가려하지 않았고, 쓰레기통에 기저귀를 버리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나 반복하면서 함께 손잡고 가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저귀를 갈아주면 사용한 기저귀는 혼자 쓰레기통에 달려가서 버리고 오기 시작했다. 처음 혼자 바닥에 떨어진 사용한 기저귀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과일을 먹을 때도 귤을 원래는 껍질을 다 까주고 하나씩 잘라서 줬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귤을 한 개 껍질채 집어가더니 혼자서 귤껍질을 까서 귤을 먹기 시작했다. 귤껍질을 까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도사가 되어 귤만 보면 달려드는 모습도 보였다. 계속 귤을 먹다 보니 이제는 귤을 먹는 것보다 껍질을 까는 데에 더 재미를 보는 듯하다.
그 밖에도 다른 가족들이 물티슈로 테이블이나 바닥을 닦는 모습을 보고 물티슈를 뽑아서 테이블이나 바닥을 쓱싹쓱싹 닦기도 한다.
이렇게 계속 모방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발전되는 모습에 굳이 치료를 시작해야 될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속도가 빠르게 발전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병원에 전화를 걸어 가장 빠른 치료인 인지치료 예약을 진행했다. 뭐든 빨리 해주고 싶었다. 인지치료는 다행히 대기 없이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예약한 날이 되었고, 인지치료를 위해 어린이집 하원 후 병원을 방문했다. 인지치료는 총 30분 진행된다는 설명을 들었고, 한 달에 한번 얼마나 호전되고 있는지 원장 선생님 진료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들었다. 치료를 들어가기 전 긴장이 됐었다. 치료는 시간이 되면 치료실에서 선생님이 호명한 후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수업시간 동안 수업을 받고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이라 낯선 환경에 울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울지 않고, 선생님과 잘 들어갔었다. 오늘 첫 치료 수업이 끝나고 첫날이라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는데 불안증세를 보이며 자꾸만 치료실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치료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고, 치료실에서 수업하다가 안정실에 가서 놀이를 진행하며 치료실과 안정실을 오가며 수업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꼭지 퍼즐을 모양에 맞게 맞추는 과제를 진행하였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들었다. 가정에서도 꼭지 퍼즐을 모양에 맞출 수 있도록, 저금통의 구멍에 동전 넣기 등의 활동들을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들었다.
손으로 많이 만질 수 있게 해 주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게으른 엄마, 아빠 만나 촉감놀이를 다양하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치료를 시작하니 가정에서 어떤 활동을 해주면 좋다는 가이드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꼭지 퍼즐과 동전 넣기 활동 연습을 위해 꼭지 퍼즐판과 어린이용 동전, 저금통을 샀다. 열심히 연습 많이 해서 다음 치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길. 좀 더 나아지는 아들 녀석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