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 끝나고, 하원하는 길에 두 번째 인지치료를 받으러 갔다. 치료실까지는 그래도 별문제 없이 잘 들어갔다.
30분 동안의 치료가 끝나고 아들 녀석이 나왔고,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나오신 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했었던 내용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료 수업을 진행할 때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볼펜에 꽂힌 아들 녀석. 계속 선생님에게 그걸 달라고 떼를 썼고, 주지 않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었다고 했다. 볼펜으로 시작된 실랑이로 인해 인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여태까지 관찰해온 우리 아들 녀석은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 한 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집에서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 때도 혼자 집중하여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는 아들 녀석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 계속 모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나중에 학생이 되면 공부는 따 놓은 당상이겠구나 싶었다.
치료 선생님 말씀이 꼭지 퍼즐과 선긋기 활동이 아직 부족해 가정에서 같이 연습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 아들 녀석, 아직 꼭지 퍼즐 맞추는 것과 선긋기 활동은 관심이 없는지 집에서 연습을 시켜도 퍼즐을 던지기 일쑤였다. 자꾸자꾸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퍼즐을 맞추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언젠가는 하나라도 맞출 날을 고대하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반복해서 연습을 시켜줘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봤다.
친정엄마가 병원을 데리고 다녀오셨는데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았던 아들 녀석이 병원 치료까지 갔다 오고, 꼭지 퍼즐, 선긋기 등 활동도 심드렁했고, 치료 선생님과 볼펜 실랑이까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병원에서 집에 안 가겠다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들었다. 집에 가자고 자전거를 태우려는데 안 타겠다고 버텼고, 친정엄마와 몇십 분의 실랑이 끝에 겨우 데려오셨다고 들었다. 그 와중에 친정엄마는 기운이 다 빠지신 상태였고, 직장이었던 나를 끝내 호출하셨다.
전화를 받자마자 열일 다 제치고, 퇴근 한 뒤 곧장 친정집으로 달려갔는데 아들 녀석, 할머니 진을 다 빼놓고는 기분이 좋단다. 그러더니 낮잠도 안 잤던 녀석은 한참을 놀다가 밤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너무나 활동량이 넘치는 아들 녀석.
치료라곤 인지치료 고작 2번 다녀왔지만, 아이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쓰레기통에 아직은 기저귀뿐이지만 기저귀를 버린다. 이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놀다가 기저귀를 챙겨서 자기 침대에 누워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하는 데는 포기하지 않고, 알아듣든지 말든지 여러 번 반복해서 해주었다. 처음에 몇 번은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리러 갔을 때 가려고 하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몇 번 해보고 '아이가 안 하니까' 하고 포기하고 내가 다 했었다. 그런데 병원을 다니고부터 자꾸 시켜봐야 한다라는 걸 알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같이 손잡고 '이렇게 하는 거다'라는 걸 알려주었다. 어느 날 혼자 기저귀를 들고 쓰레기통에 달려가 버리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반복해주니 이렇게나 잘할 수 있는 거였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정말 내가 스스로 할 기회를 뺐었구나 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포기하지 말걸.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는 아들 녀석을 보면 너무나 대견하다. 아이가 하루빨리 말문도 열어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