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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31. 2022

비가 왔던 날의 제주여행

몇 년 전 요맘때쯤, 엄마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는 뚜렷한 계획 없이 막연하게 "어디가 좋데"라는 말을 들은 곳은 다 여행 계획에 집어넣었다. 엄마와 제주 여행이 처음이었어서 그랬는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었던 것 같았다. 차를 렌트했고, 숙소를 예약하고 그 이후에는 제주에 살고 계신 엄마의 지인 분의 추천 명소로 여행 계획을 채웠다. 우리는 처음 제주에 도착해서 수국으로 유명한 카멜리아 힐을 찾았다.


수국, 동백으로 유명한 카멜리아 힐

우리가 처음 카멜리아 힐을 찾았던 그날은 제주에 비가 내렸다. 제주도에 어렸을 적 아빠 회사의 사장님이 가족 모두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셔서 처음 그때 제주 여행을 했었는데 시기가 많이 안 좋았었다. 지독하게 비와 바람이 몰아쳐 제주 여행을 잘 즐기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나름 제주 여행에 로망이 있었는데 도착하니 어김없이 비가 내려 그때의 악몽이 다시금 떠올랐었다. 다행히 처음 제주 여행했을 때처럼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는 정도는 아니었고, 비가 약간씩 오락가락하는 정도라 구경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별로 없어 여유 있게 구경할 수 있었고, 한가해서 더 좋았다. 그리고 나는 수국이라는 꽃을 제주도 카멜리아 힐에 와서 처음 봤었다. 그래서 수국을 보고 엄마에게 이게 무슨 꽃인지 물어봤었다. 여러 개의 작은 꽃잎이 모여 동그랗고 가지런하게 구성된 꽃. 뭔가 아기자기하면서 잘 정돈된 듯한 꽃 모양이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봤을 때는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게 사탕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그때 처음 수국을 정말 실컷 보고 온 것 같다. 또한 정원을 잘 꾸며 놓아서 구경하기 너무 좋았다. 이때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추후에 남편과 이곳에서 웨딩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결국 이뤄지지 못했지만. 여기는 여름에는 수국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동백으로도 유명해서 엄마와 겨울에 활짝 핀 동백 보러 다시 오자고 약속했던 곳이었다.

비가 오면 유명한 엉또폭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비가 오면 유명한 제주도의 관광지를 추천받은 곳이 있었다. 제주도에 사시는 엄마의 지인으로부터 "비가 오면  가보세요!"라고 추천받았던 엉또폭포. 조금이지만, 그래도 비가 왔었으니까 한번 가보자는 나의 제안에 엄마도 동의했고, 엉또폭포를 찾아갔다. 엉또폭포는 평소에는 물이 없는 폭포이며, 비가 많이 와야 폭포에 물이 많이 생기는 곳이라고 해서  비가 왔을  찾아 가보라고 했던 곳이었는데. 그날은 비가 조금 내리기도 했었고, 우리가 엉또폭포를 갔을 때는 이미 비가 그치고 햇빛이 따사롭게 비춰 빗물이  말랐었나 보다. 물이 없었다. 엉또폭포에 물이  있는 모습을 기대하고 찾아갔던 것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리고 빗물이 그렇게 빨리 마를 거라고도 예상을 못했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여행이 끝난  아주 나중에 엄마로부터 물이  있는 엉또폭포의 동영상을  적이 있었다. 엄마의 지인분이 보내주셨다고. 물살이 엄청  보였는데, '이만큼 물이 차려면 얼마나 비가 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만큼 엄청난 물살을 자랑했었다. 직접 한번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폭우가 내릴  제주도를 가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너무 덥고, 제주도도 안 가본 지 오래됐고, 요맘때쯤 엄마랑 여행하면서 수국도 보고 했던 기억이 나서 오랜만에 추억해 본 여행. 엄마와 제주 여행을 단 둘이 처음 다녀온 지 몇 년이 지난 아직도 나는 수국을 이야기하면, 내가 수국을 처음 봤던 곳인 제주도 카멜리아 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이후에는 수국이 어떤 꽃인지도 알게 되었고, 다른 곳에서 수국을 많이 접하기도 했지만, 사람은 항상 처음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게 되지 않는가. 대표적으로 <첫사랑, 첫인상> 이런 것처럼 말이다. 수국의 여러 꽃말 중에 '진심'이란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다시 처음 수국을 봤던 그곳에서 수국을 보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의 엉또폭포의 세찬 물살을 보고 싶다는 나의 진심이 통하는 날에 언젠가 다시 요맘때 갈 수 있겠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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