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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08. 2022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

친구와 그동안 꿈꾸었던 뉴욕 여행을 가기로 결심을 했고,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뉴욕으로의 여행을 계획했었다. 내가 뉴욕이라니. 처음 가는 뉴욕이었기에 무섭고, 겁도 났지만, 설렘이 더 컸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뉴욕 여행을 준비했던 친구와 나는 뉴욕에 참 진심이었다. 차곡차곡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던 와중에 뉴욕에 갔으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은 꼭 보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때 소풍으로 뮤지컬 <그리스> 첫 관람을 필두로 뮤지컬 세계에 입문한 후 자칭 뮤지컬 덕후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뮤지컬을 종종 관람하곤 했었는데 무려 브로드웨이라니. 어떤 뮤지컬을 볼 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곳에 있는 뮤지컬을 다 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뉴욕에서의 일정은 너무 짧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또한 예산도 부족했다. 지금이야 마음먹으면 1일 1 뮤지컬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생겼지만, 그때 당시 나는 학생이었고, 친구는 신입 사원이었다.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뮤지컬 하나를 제대로 보자!"라고 이야기를 했고, 하나의 뮤지컬을 선택해서 보더라도 좋은 자리에서 보자고 협의를 했다. 친구와 보고 싶은 뮤지컬이 같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사람이 각기 좋아하는 것, 취향이 다르듯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뮤지컬도 달랐다. 나는 그때 당시에 한창 <오페라의 유령> 책을 읽고 있었던지라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이 보고 싶었고, 친구는 <라이온 킹>을 보고 싶어 했다. 거의 여행을 가기 직전까지 우리는 어떤 뮤지컬을 볼 지 결정하지 못했었고,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둘 다 보고 싶어 했던 뮤지컬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기에 하나만 딱 골라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한 치의 양보가 없을 것 같았던 우리의 뮤지컬 취향은 친구의 양보로 끝났다. 이렇게 가다가는 뮤지컬을 못 볼 것 같았던 친구의 선견지명이었을까.



친구는 뮤지컬을 <라이온 킹>이 아닌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 대신 뉴욕에서의 야경만큼은 꼭 록펠러 센터에서 보고 싶다고 의견을 냈다. 야경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뮤지컬은 자신이 포기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친구가 하나를 양보했으니 야경에서만큼은 나도 한발 물러났다. 우리는 그렇게 극적으로 합의가 되었고,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야경은 록펠러센터에서 관람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둘 다 만족스러웠다. <라이온 킹>을 보고 싶어 했던 친구도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이 끝나자 감동과 여운을 감출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와 친구는 서로 누가 먼 저랄 것 없이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쳤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았던 브로드웨이 극장이었으니까. 나는 그때 그 여운을 쉽게 잊고 싶지 않아 브로셔를 구매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고 온 지 자그마치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잘 관리해둔 덕에 현재 그 브로셔는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하다. 문득 <오페라의 유령>과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봤던 때를 추억하고자 할 때면 브로셔나 그때 흔들렸던 사진들을 들춰보거나 <오페라의 유령> 노래를 듣곤 한다. 아직도 귓가에 <오페라의 유령> 노래가 맴도는 것 같다.


뉴욕 여행을 다녀온 후 브로드웨이에서의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여운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브로드웨이 <오페라의 유령> 공연 팀의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같이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던 친구에게 이 소식을 들려주었고, 친구는 흔쾌히 나와 함께 내한 공연까지 관람을 했다. 비록 내한 공연은 한쪽 구석에 위치한 번역 프롬프트를 번갈아 확인하면서 보느라 몰입도가 떨어졌고, 브로드웨이에서 봤을 때만큼의 감동과 여운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굉장했었다. 



브로드웨이에 가보니 사람들이 왜 뉴욕을 여행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꼭 보고 와야 한다고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뉴욕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 관람은 필수라고 꼭 보고 와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비록 나는 <오페라의 유령>만 봤지만, 어떤 뮤지컬을 봐도 감동과 여운은 굉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미리 인터넷으로 뮤지컬을 예매해서 편하게, 좋은 자리에서 봐도 되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에 TKTS부스가 있다. 그곳에 가면, 갑자기 생긴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취소 티켓이나 여유 티켓을 현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여행 중 시간이 남는데 갑자기 보고 싶은 뮤지컬이 생겼다면, 당장 TKTS부스로 달려가 현장에서 티켓을 직접 구매하여 볼 수 있다. 이곳은 그래도 되는 곳, 바로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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