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갔었다가 라스 베가만 다녀오기엔 아쉬워 근처에(?) 있는 후버댐을 같이 갔다 왔었다. 후버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원래 마음 같아선 그랜드캐년을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장장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내가 운전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가 가고 싶다고 가자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에 후버댐을 가보자고 했을 때 후버댐이 어딘지 몰랐고, 들은 적도 없었지만, 아마 웅장하고 장엄한 곳이라고 했으니까 기대를 품고 차로 이동을 했다.
후버댐. 일단 가는 곳이 어딘지 잘 몰랐기에 대충 내가 가는 장소에 대해 눈요기로라도 찾아보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잠깐 해보았다. 대표적인 내용으로 우리가 알만한 영화 작품인 트랜스포머에 후버댐이 메가트론이 은닉했던 장소로 나온다는 내용이 있었다. 기억은 잘 안 났지만, 트랜스포머 영화를 봤었기에 내가 관람했던 영화의 촬영 장소를 찾아간다고 하니 괜히 반가웠다. 후버댐에 도착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후버댐이 웅장하고, 장엄한 절경을 나타내기도 했었지만 이보다 더 나에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을 때 후버댐에 있는 커다란 두 개의 취수탑의 시계가 눈에 띄었다. 후버댐의 콜로라도 강 경계선에 두 개의 주가 나뉘었었다. 하나는 네바다주에서의 취수탑 시간, 또 다른 하나는 애리조나주에서의 취수탑 시간이었다. 우선 네바다주에서의 취수탑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11시 반이었다. 이모가 갑자기 "신기한 거 보여줄까?" 하며 한 발짝 걸어서 애리조나주의 취수탑 시간을 보라고 했었다. 애리조나주에서의 시곗바늘이 12시 35분을 향하고 있었다. 난 단지 한 발짝 걸었을 뿐이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1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딱 한 발짝 걸었을 뿐이었는데, 애리조나주로 이동했다고 하면서 시간이 1시간 차이가 나고 있었다. 후버댐을 경계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니 핸드폰 알람도 1시간 느려졌다가, 1시간 빨라졌다가 계속 반복을 하며 울렸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는 서머타임이 적용되었을 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네바다 주는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있고, 애리조나주는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있지 않아 미국 내 서머타임 기간 중에는 둘의 시간이 같다고 들었다. 서머타임은 주로 3월부터 11월까지 시행되는데 나는 서머타임이 적용되지 않을 때 여행을 했던지라 시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서머타임이 적용되었을 때는 정말 둘의 시간이 똑같은 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에 책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후버댐 근처에 있는 향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밤에 그렇게나 화려한 불빛을 비출 수 있는 것은 후버댐의 역할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읽었다. 후버댐의 수력발전을 통해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불빛을 비출 수 있는 것이라고. 내가 갔던 두 곳의 연관관계를 알게 되니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또한 후버댐의 역할이 어마어마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랜드캐년을 아직 가보지 못해 잘은 모르겠지만, 후버댐의 웅장하고 장엄한 경관을 보면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