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by 방구석여행자

나는 여행 다니는 걸 누구보다도 좋아했고, 돌아다니고 싶은 곳은 마음껏 돌아다녀야 했던, 그리고 실제로 마음먹은 곳은 꼭 가곤 했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어. 역마살이 있던 나는 가만히 있는 걸 싫어했기에 틈나는 대로 움직여야 했었지.


그랬던 나였는데, 어느 날 작고 작은 점 같은 네가 내게 왔어. 아직 더 돌아다니고 싶었고, 더 놀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였는데. 이제 그만 놀으라는 하늘의 계시인지 네가 내게 왔었어.


너를 품고 있는 동안에 나는 할 수 없는 게 많았고, 불편했고, 아팠어. 그리고 사실 너를 품고 있는 동안에는 너의 실물을 볼 수 없었기에 너를 낳으면, "널 맡겨두고 놀러 다녀야지"라는 철없는 소리도 했던 것이겠지.


그런데, 네가 딱 태어났어. 나는 너와 눈을 마주쳤어. 너를 힘들게 꺼내고, 기진맥진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내 눈에 너무 예뻤어. 원래 갓 태어난 아기는 못생겼다고 하던데. 너와 눈을 마주한 순간, 나는 안도했어. 이렇게 건강하게 나와 준 너에게 고마웠었던 거야.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네가 태어났을 때보다 뱃속에 품고 있을 때가 더 자유로울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일단 나는 몸이 가벼워져서 좋았어. 그런데 너와 몇 달의 시간을 보내니 주변 사람들이 무슨 말하는지 알겠더라. 너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졌고, 불편했고, 제약이 많아졌어. 먹성 좋은 나는 너와 함께 식당을 갈 때면 먹는 것조차 마음 편하게 먹지 못하고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나는 나중에 가기 위해 저장해둔 카페의 저장 목록 리스트가 상당해. 지금 2-3년째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몇 년간은 이런 삶이 계속 유지될 것 같아.


그런데, 참 이상하지. 참 신기해. 여행을 못 가고, 가고 싶은 식당이나 카페를 마음대로 못 가는 이렇게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제약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 나인데. 그런데도 좋다? 좋은 이유는 바로 네가 내 옆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너를 보고 있으면 네가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할 수가 없게 되었어. 내 옆에서 밝게 웃고, 곤히 자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볼 때면 행복하고, 안심이 되는 한편 네가 없어질까 봐, 네가 없는 삶은 내게 무의미 한 삶인데,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불안하고 심장이 조마조마한다는 걸 너는 알까?


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너의 존재가 이렇게 내 삶에 크게 자리 잡을 줄 몰랐었어. 어느덧 내 삶에 네가 너무 크게 자리 잡아버렸단다. 너를 보고 있다가도 문득 '내 삶에 네가 없다면?'이라는 생각할 때가 있는데, 생각하기가 싫어져서 고개를 계속 흔들곤 해. 그만큼 너무나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죽을 것 같기 때문이지. 네가 태어난 순간, 너와 눈을 맞춘 그 시간부터 너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잘 때가 제일 예쁘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나는 네가 나를 보고 밝게 웃어주며 달려와서 안길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 네가 울면 안쓰럽고, 왜 울고 있을까, 뭐가 그렇게 불편할까 궁금하고. 어쩔 때는 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


있잖아, 그거 알아?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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