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운명이었을까요.

by 방구석여행자

스톡홀름과의 운명 같았던 첫 만남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후 어영부영 하루가 지났고 이틀째를 맞이했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추웠던 스웨덴의 스톡홀름. 북유럽의 가을과 한국의 가을은 차이가 있었다. 돌아다니는데 쌀쌀함이 느껴졌고, 어딘가 잠시 몸을 녹일만한 곳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따뜻한 와플&핫초코를 세트로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마치 운명처럼.

푸근하고, 따뜻했던 스톡홀름
그곳을 들어갔는데,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스웨덴에서의 티타임인 피카를 즐기러 온 듯했다. 나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자리를 안내받았고, 테이블의 빨간 식탁보와 앤티크 한 분위기의 가구들 그리고 카페의 인테리어는 내게 온기를 가져다주었다. 조금 쌀쌀한 날씨에 따뜻함이 간절했던 내게 제격이었다. 음식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 합격이었다. 이윽고 기다리던 와플과 핫초코가 나왔다. 겉은 바삭했고, 속은 촉촉했던 따뜻한 와플을 생크림과 함께 먹으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달달함+달달함은 행복이었다. 잠시 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나는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다가오셨다.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북유럽여행을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내게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먼저 물어봤다. 나는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했고, 그제야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면서 인사해주시는 사장님이었다. 그렇게 웃음으로 화답하고,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미트볼 요리가 너무 먹고 싶어서
어느덧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나는 스웨덴의 미트볼 요리가 먹고 싶었다. 미트볼과 매쉬포테이토, 링곤베리 잼을 곁들인 요리. 그걸 먹어보지 못하면 스웨덴을 떠나면서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날 미트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고, 아침일찍으로 예약을 했다. 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처음에 '여기구나!' 하고 확신했던 식당은 미트볼 요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상해서 지도를 다시 살펴봤고, 못 먹을 줄 알고 절망했던 나는 다시 희망을 봤다. 길치였던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길을 찾아 나섰는데 지도가 둘째 날에 와플과 핫초코를 먹었던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나는 참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나는 우연하게도 두 번째로 이 식당을 찾아왔다. 역시나 푸근하고 인상 좋은 사장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아침일찍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고, 내가 이 식당을 통째로 빌린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다. 메뉴판을 보면서 미트볼 요리를 주문했고, 금방 만들어주셨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또 다가오셨다.

이쯤이면 운명이라고 해도 되겠지
"우리 언제 보지 않았나요?" 사장님이 '그 많은 손님들 중에서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했는데 참 신기했다. 며칠 전에 내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시면서 그곳에 앉아서 와플과 핫초코를 먹었던 것도 기억하셨다. 또, 한국어 메뉴판도 만들 참인데 그때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농담까지. 인상만큼 푸근했고 따뜻했다. 사장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든 나라의 언어를 다 아시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새로운 나라의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게 재밌다고 하셨다. 역시나 멋지신 분이었다. 내 캐리어를 보신 사장님은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으셨고, 나는 핀란드 헬싱키를 갈 거라고 말했다. 기분 좋게 다 먹고 일어나서 나가려 하는데 사장님이 문 앞까지 나와서 마지막까지 즐거운 여행이 되라고 배웅해주셨다. 머무는 내내 행복을 느끼고 떠났던 스웨덴. 돌아서서 뒤늦게 떠올랐지만, '사장님과 사진이라도 찍고 올 걸'하고 아쉬워했다.

나중에 기회가 생겨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또 여행하게 된다면, 감라스탄의 이 레스토랑은 꼭 다시 가볼 참이다. 사장님이 계속 계실지, 한국어 메뉴판이 생겼을지 궁금해서 확인해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에 완벽한 건 없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