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일이 바빠지기 전에 호캉스 한번 가볼래? 이왕이면 인피티니 풀 있는 곳으로”라고 제안을 했었다. 웬일인가 싶어 평소에 인피니티풀을 가보고 싶었던 나는 오케이를 했다. 남편이 예약했던 호텔은 인천에서 꽤나 유명한 나름 5성급 호텔인 네스트 호텔이었다. 호텔 예약을 한 날짜가 연휴라 극성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저렴했었다. ‘왜 이렇게 저렴하지?’라고 생각했던 의문은 오래지 않아 금방 풀렸었다. 남편의 객실 예약 내역을 살펴보니 이 호텔에서 유명한 오션뷰가 아닌 마운틴뷰를 예약을 했었다. 기대했던 오션뷰가 아니었어서 그랬는지 호텔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었다.
호텔에 도착을 했었을 때 우리의 일정이 극성수기임을 보여주듯 호텔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체크인을 하기까지 대기시간이 어마어마했었다. 오랜 시간 대기 끝에 체크인을 하고 마운틴뷰 방에 들어서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가 아닌 산이 보였었다. 또한 철도가 지나다니던 철길이 보였었고,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 인천공항의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그물 모양의 용유 하늘 전망대도 보였었다. 처음 객실에 들어와 창문을 바라본 생각은 '이 뷰도 나쁘지 않은데?'였다.
짐 정리를 한 후 가볍게 호텔의 실내 키즈존인 크림하우스에서 놀다 와보니 호텔에서의 첫날이 훌쩍 지나갔고,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저녁은 전화를 걸어 룸서비스로 해결을 했다.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어야 했던 우리는 맵지 않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닭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을 했었다. 호텔에 오기 전 호텔의 후기를 봤었을 때 룸서비스로 후라이드 치킨은 꼭 먹어보라고 했었기에 맛이 궁금했다. 드디어 띵동 하고 예약한 룸서비스가 방으로 찾아왔었다. 내가 호텔에서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후라이드 치킨을 먹게 될 줄이야. 기대와 가격에 비해 내 입맛에는 맛이 평범했다. 당연히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였으니까. 어린 아들도 초반에는 꽤나 잘 먹었다. 그런데 먹다 보니 느끼해졌는지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먹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들은 집에서 챙겨 왔던 간식으로 배를 채우게 했다.
아침에 일어난 후 나와 남편의 대화 주제는 바로 <수영장을 언제 갈까?>였다. 이 호텔을 찾은 이유의 절반 이상이 바로 야외 수영장인 인피니티풀 때문이었으니까. 아이도 물을 좋아했기에 우리 부부는 수영장에 가장 기대를 걸었었다. 긴 고민 끝에 아이의 낮잠 시간을 피해 오전에 다녀오기로 결정을 했었다. 아침을 먹고 가볍게 호텔 주변을 산책한 후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 입장료는 호텔 회원가입을 하니 10퍼센트 할인이 되었고, 아이는 48개월 미만이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아이는 구명조끼를 채워 입장을 했는데 아이 생애 이런 큰 수영장은 처음이었는지 물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는 계속 무서워했고, 울면서 안겨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키즈풀은 오후부터 시작한다고 했었다. 낮잠 시간을 피하고자 오전에 왔었던 키즈풀이 안 열렸을 줄이야. 정보를 몰랐었다. 돈을 이미 지불했으니 어쩔 수 없이 오전 시간에 수영장을 이용해야 했던 우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후에는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수영장 앞을 지나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았던지라 오전에 했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태어나고 100일 정도 되었을 때 실내 아기 수영장에서 수영했던 경험과 집에서 조그만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했고 어린이집에서도 조그만 풀장에서 물놀이를 했던 게 전부였던 아이.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주로 실내 물놀이를 했던 턱에 야외 수영장을 처음 봤을 때는 겁에 질려있었고, 물과 친해지게끔 상대적으로 얕은 곳에서 물을 많이 뿌려주고 수영장과 친해지게 해주려고 했으나 야외 수영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아이는 불안해했었다. 어렸을 때 실내 아기 수영장을 갔다 온 후로 몸이 울긋불긋한 것 같아서 수영장을 자주 안 갔었는데 경험을 안 해줬던 것이 오히려 독이었었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는 야외 수영장에서 더 재밌게 놀 수 있겠지? 이번에 재밌게 놀고 오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다음에는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까.
낮잠을 자지 않았던 녀석을 데리고 첫날 갔었던 호텔 내의 키즈존인 크림하우스에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고, 호텔 앞의 산책길을 걸었었다. 나무가 우거진 조깅코스를 산책을 했고, 시원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었다. 실외 키즈존에서 잠깐이지만 그네도 탔고, 집에서 가지고 온 모래놀이도 호텔 앞 모래사장에서 즐겼다. 모래놀이가 끝난 후 피곤에 지쳤는지 호텔 객실로 들어갈 때 그만 잠이 들어버린 아들 녀석이었다. 부랴부랴 모래를 뒤집어쓴 아들을 호텔방에 도착 후 씻겼더니 겨우 잠에서 깼었다. 저녁은 먹고 자야 하니까.
또다시 저녁시간이 돌아왔다. 어제 메뉴는 느끼함으로 실패했던 우리는 이번엔 매콤함에 도전을 했다. 아들도 매운걸 잘 못 먹긴 하지만 안 맵게 해달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평소에도 토마토파스타를 잘 먹었었으니 호텔에서도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을 했었는데 이마저도 잘 먹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이 주문했던 짬뽕 면을 물에 씻어주니 그걸 더 잘 먹었던 아들 녀석. 그냥 우리 아들은 호텔 음식이 입에 안 맞았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 날은 에프터눈 티 세트로 장식을 했다. 보통 에프터눈 티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하기 마련인데. 여기 호텔은 오전 10시부터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네스트 호텔 모양으로 나온 디저트 9종. 원래 달지 않은 디저트부터 먹는 것이 에프터눈 티 순서지만, 그런 순서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골라 디저트를 집어 흡입했다. 스콘과 각종 빵을 먹으며 어느덧 한 자리 차지하는 아들 녀석도 이제는 카페를 데리고 다닐 맛이 났었다. 호텔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 집에 돌아가려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록 기대했던 오션뷰가 아닌 마운틴뷰였지만, 호텔에서의 첫날 노을이 지는 모습을 창문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며 남편에게 “마운틴뷰도 꽤나 괜찮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호텔을 가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기대했던 오션뷰가 아니라서 기분이 좀 그래요"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오션뷰는 객실을 나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을 테니 즐기고 오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었다. 실제로 오션뷰는 정말 객실에서 나오기만 하면 호텔 곳곳에서 바라볼 수 있었지만, 마운틴뷰는 우리 호텔 객실이 아니었다면 보기 힘들었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오션뷰는 아니었지만 행복했던 호캉스였다. 그리고 뻔한 뷰가 아닌 특별한 뷰를 선물해줬던 남편에게 고마웠던 그런 호캉스였다.
평소에 여행 스타일이 여행지 곳곳을 누비는 것을 좋아하는 나. 호캉스를 그저 호텔방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걸로만 생각했던 나였는데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니 호캉스도 나름 할만했었다.
그래서 우리, 다음 호캉스는 언제, 어디로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