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림책에 푹 빠진 나. 많은 그림책을 알게 되고 그중에서 특히 소장하고 싶은 그림책을 골라 읽던 와중에 친정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카페 옆에 있는 그림책 책방을 들렀다. 그곳에서 발견한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그림책. 제목과 표지에서 뉴욕의 화려함이 물씬 풍겨 나 뉴욕이 생각나서 보자마자 바로 데려왔다.
책장을 넘길 적마다 10년이나 지난 친구와의 뉴욕여행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뉴욕에서 먹었던 베이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던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80대 백발의 할아버지. 햄버거가게에서 만났던 한류를 좋아하는 청년들. 밤늦은 시간에도 지칠 줄 모르게 만드는 흥분의 도가니 타임스퀘어거리. 보스턴에 가기 전 잠깐 방문했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센트럴파크. 그리고 보스턴 가는 길에 메가버스를 타고 지나쳤던 다리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플랫아이언빌딩. 그리고 이 책에 나오지 않은 예술의 거리 소호와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마지막날 밤 탑오브 더락에 올라 봤던 낭만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야경과 이외에도 이 책에는 나왔지만 내가 차마 다녀오지 못했던 덤보, 회전목마, 벼룩시장, 뉴욕공립도서관, 뉴욕현대미술관, 웨스트포스트리트역까지. 내가 10년 동안 그리워하던 뉴욕이 이 그림책 속에 녹아있었고, 아직 가보지 못한 뉴욕의 명소에 대해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뉴욕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나의 뉴욕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었다. 그렇게나 “뉴욕, 뉴욕” 외치며 여행하고 싶었던 꿈의 그리던 도시인 뉴욕을 여행하게 됐었는데 공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처음 도착했던 뉴욕의 거리는 ‘이게 정녕 내가 그려왔던 뉴욕이었던 걸까?, 나 괜히 왔나?’했을 정도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문구처럼 뉴욕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그러나 뉴욕 곳곳의 명소인 맨해튼,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등의 거리를 누비며 걷다 보니 정말 이 책의 말처럼 누구라도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뉴욕에 처음 도착해서 ‘내가 과연 이 도시를 여행할 동안 이 도시가 좋아질 수 있을까?’했던 의문이 여행하면서 자연스레 풀렸으니까. 이 매력적인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내가 또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그림만큼이나 재미있는 장치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장치들을 찾을 때면 숨은 그림 찾기의 숨어있는 그림을 찾은 듯 성취감이 들기도 했었다. 처음에 읽었을 땐 곳곳에 동물이 많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시골에 살던 쥐가 복잡한 뉴욕에 와서 적응하며 도시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오래된 동화인 <시골쥐와 서울쥐>가 생각나기도 했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인 MOMA(Museum Of Modern Art)를 Museum Of Mice Art라고 표현해 낸 것도 참 흥미로웠다. 또한 이 책에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나오는 점에서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사는 뉴욕을 표현해 낸 것 같았고, 곳곳에 평화를 상징하는 심벌도 그려 넣어 평화로운 세계를 염원하는 것 같아 심오했다.
“여기선 겉모습이 어떻든 별로 중요하지 않지.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어.”
그림책을 통해 마치 어제 다녀온 것처럼 이렇게 생생하게 뉴욕을 여행할 줄이야. 아마 그림책이기에 가능했겠지? 한편으론 이 그림책을 보면서 다시 뉴욕을 여행해도 10년 전처럼 뉴욕 곳곳을 여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뉴욕이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뉴욕에 대한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아침이다.